'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 출생 [김정한의 역사&오늘]

1928년 11월 10일

엔니오 모리코네 (출처: Ferdinando Castaldo,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28년 11월 10일, 이탈리아의 작곡가, 지휘자, 트럼펫 연주자인 엔니오 모리코네가 로마에서 태어났다. 그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음악사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겼다.

모리코네는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트럼펫과 작곡을 전공했으며, 초기에는 재즈 밴드 연주와 방송국 편곡자로 활동했다. 1955년부터 영화와 연극의 삽입곡들을 쓰기 시작하며 영화 음악가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그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세르조 레오네 감독과의 협업을 통해서였다.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등의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를 상징하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사운드는 영화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석양의 무법자' 사운드트랙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 음악 중 하나로 꼽힌다.

그의 음악 세계는 서부극에 국한되지 않았다.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 '시네마 천국'의 가슴 뭉클한 선율,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애잔한 테마 등 장르를 초월하며 폭넓은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실험적인 작곡가들의 모임인 '일 그루포'의 주요 멤버로 활동하는 등 대중음악과 순수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작업을 이어갔다.

모리코네는 일생 동안 여섯 차례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7년에 공로상, 2016년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 8'로 마침내 경쟁 부문인 음악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외에도 그래미상, 골든 글로브상 등을 수차례 수상하며 음악가로서의 업적을 인정받았다.

모리코네는 500편이 넘는 영화 음악을 작곡하며 역대 가장 다작이고 위대한 영화 음악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음악은 영화를 넘어 많은 후배 음악가와 대중문화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2020년 7월 6일 사망했지만, 시대를 초월한 수많은 명작을 남긴 영화 음악의 영원한 거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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