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에니웨톡섬 통째로 날려버린 美 첫 수소폭탄 실험 [김정한의 역사&오늘]
1952년 11월 1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52년 11월 1일, 냉전 시대의 군비 경쟁이 정점에 달하던 시기, 미국은 태평양 마셜 제도 에니웨톡 환초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수소 폭탄 실험을 강행했다.
이 실험의 암호명은 '아이비 마이크'(Ivy Mike)였다. 핵융합을 이용한 가공할 파괴력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단순히 핵무기의 파괴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을 넘어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 군비 경쟁이 무한 질주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른 아침, 에니웨톡 환초의 작은 섬 일루겔렙에서 폭발한 마이크 장치는 10.4메가톤급의 위력을 방출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약 500배에 달하는 파괴력이었다. 거대한 불덩이가 하늘로 치솟았고, 폭발 90초 만에 버섯구름은 성층권인 17km 상공까지 도달했다.
이 실험의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일루겔렙섬이 통째로 지도에서 사라졌다는 점이다. 폭발 지점에는 지름 약 1.9km, 깊이 50m에 이르는 거대한 바닷속 분화구가 생겨났다. 마이크 장치는 실전 배치용이라기보다는 기술 실증용으로, 액체 수소를 핵융합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거대한 냉각 장치를 갖춘 82톤짜리 실험 장치였다.
미국이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핵실험을 감행한 배경에는 1949년 소련의 원자폭탄 실험 성공에 대한 대응 심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폭탄을 넘어 핵융합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핵무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 것이다.
마이크 실험의 성공은 곧바로 소련의 추격을 불러일으켰다. 1953년 소련 역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는 더욱더 위태로운 핵 군비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됐다. 핵무기의 파괴력 차원이 달라진 이날의 실험은 인류에게 무한 경쟁과 공멸의 위협을 동시에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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