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큰사전' 30년 만에 완간 [김정한의 역사&오늘]
1957년 10월 9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57년 10월 9일, 조선어학회의 오랜 염원이자 고난의 역사가 투영된 '우리말 큰사전'(전 6권)이 첫 집필을 시작한 지 30년 만에 완간됐다.
'우리말 큰사전' 편찬 작업은 1929년, 조선어연구회(조선어학회의 전신)의 주도로 시작됐다. 주시경 선생의 유업을 잇고, 일제강점기 민족 말살 정책에 맞서 우리말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노력이었다. 당시 우리말 사전은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제대로 된 편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극로, 이윤재, 최현배 등 조선어학회 학자들은 비밀리에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우리말 어휘를 수집하고, 어법과 표기를 통일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이들은 사전 편찬을 단순한 학술 작업이 아닌 민족 독립의 또 다른 형태로 여겼다. 사전 원고는 압수와 탈취의 위험 속에서 필사적으로 보존됐으며, 학회원들은 목숨을 걸고 이 작업을 이어갔다.
사전 편찬 작업은 1942년 일제가 일으킨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다. 일제는 '조선 독립을 획책하는 내란 예비 음모죄'로 몰아 이윤재, 최현배 등 핵심 회원들을 검거했다. 사전 편찬의 핵심 원고들 역시 이때 압수당했다. 감옥에서 혹독한 고문 끝에 이윤재와 한징 등 학자들이 순국했다.
다행히 압수된 원고 중 일부가 1945년 해방 직후 경성역(현 서울역) 창고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되면서 사전 편찬 작업은 다시 동력을 얻었다. 이 원고의 발견은 해방된 조국에서 민족어의 주권을 되찾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사전 편찬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다시 한번 위기에 처했으나, 어려운 피난 생활 속에서도 원고를 잃지 않으려는 투쟁과 노력 끝에, 마침내 6권으로 구성된 약 16만여 개의 어휘를 수록한 '우리말 큰사전'이 세상에 나왔다. 이 사전은 표준어의 기준을 확립하고, 어법과 맞춤법 통일의 초석을 다졌으며, 이후 모든 국어 연구와 교육의 기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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