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유성 영화 '재즈 싱어' 개봉 [김정한의 역사&오늘]

1927년 10월 6일

'재즈 싱어'의 한 장면. (출처: 워싱턴 대학교, 1927,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27년 10월 6일, 뉴욕 워너 브러더스 극장에서 울려 퍼진 한마디 대사가 영화의 역사를 영원히 바꿔 놨다. 세계 최초의 장편 유성 영화로 기록된 '재즈 싱어'(The Jazz Singer)가 개봉하며 무성 영화 시대의 종언을 고한 것이다.

이날 관객들은 배우 알 졸슨이 스크린에서 직접 노래하고 말하는 경이로운 순간을 경험했다. 특히 그의 상징적인 첫 대사, "기다려! 기다려! 넌 아직 아무것도 못 들었잖아!"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가 됐다.

앨런 크로슬랜드가 감독을 맡은 '재즈 싱어'는 당시 파산 직전이었던 워너 브러더스 스튜디오의 운명을 구원했다. 워너 브러더스는 영상과 소리를 동기화하는 바이타폰 사운드-온-디스크 시스템을 도입해 이 영화를 제작다. 비록 전체 분량 중 음악과 노래, 그리고 일부 대사만 유성으로 처리됐음에도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영화는 브로드웨이 히트 연극을 원작으로 하며, 경건한 유대교 성가대 지휘자인 아버지의 가업을 거부하고 재즈 싱어의 꿈을 쫓는 젊은 유대인 '재키 라비노위츠'의 갈등과 성공을 그린다. 실제 유대계 미국인인 알 졸슨이 주연을 맡아 유대계 이민자 문화와 당시 미국의 대중음악인 재즈를 스크린에 담아냈다.

'재즈 싱어'의 상업적 성공은 단순히 한 편의 영화 흥행을 넘어섰다. 이 영화는 전 세계 영화 산업에 대격변을 일으키며 유성 영화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관객들은 더 이상 침묵하는 배우들의 자막을 읽을 필요 없이, 목소리와 노래를 직접 들으며 스토리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재즈 싱어' 개봉은 '보는' 예술이었던 영화를 '보고 듣는' 예술로 진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재즈 싱어'는 훗날 유성 영화의 선구적 업적을 인정받아 아카데미 명예상을 수상했다. 또한 문화적·역사적 중요성을 가진 작품으로 미국 국립영화등재소에 보존되는 등 영화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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