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500여 곡, 방송금지 멍에를 벗다 [김정한의 역사&오늘]
1987년 9월 5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87년 9월 5일, 정부가 대중가요 500여 곡에 대한 방송 금지 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수십 년간 억압받던 표현의 자유가 일부 회복되는 상징적인 조치로, 군사정권의 엄혹한 검열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한국 대중가요에 대한 검열은 1960년대 초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본격화됐다. '사회 정화'를 이유로 많은 곡이 금지되면서, 가수들은 창작 활동에 큰 제약을 받았다. 특히 1970년대 유신체제와 긴급조치 9호는 대중문화에 대한 검열을 극단으로 몰고 갔다.
이 시기 양희은의 '아침이슬', 김민기의 '친구' 등 저항적 메시지를 담은 곡들은 물론,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처럼 파격적인 곡들이 '저속 창법'이라는 이유로 금지곡 목록에 올랐다. 심지어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사회적으로 불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또한 '왜색풍'이라는 이유로 금지된 노래도 있었다. 이러한 검열은 1980년대 초까지 이어지며, 금지곡의 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1980년대 중반, 민주화 운동이 격화되면서 사회 전반의 변화 요구가 커졌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시대적 요구에 굴복한 정부는 문화 검열 완화를 포함한 여러 유화책을 내놓았다. 금지곡 해금 조치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해금 소식에 가요계는 즉각 활기를 되찾았다. 잊혔던 명곡들이 방송과 라디오를 통해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음반 시장에서는 해금된 곡들을 모은 재발매 앨범들이 쏟아져 나왔다. 젊은 세대에게는 한국 대중음악의 뿌리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기성세대에게는 억압받던 청춘의 기억을 다시 만나는 감동을 선사했다.
이 조치는 표현의 자유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 대중음악은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창작 활동의 시대를 맞았다. 오늘날 한국 대중음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K-팝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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