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250여 명이 희생된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의 씨앗 [역사&오늘]

4월 9일, 데이르 야신 학살사건 발생

데이르 야신 마을을 점령한 이스라엘의 준군사조직 (Unknown author, 1948,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48년 4월 9일,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인근의 아랍인 마을 '데이르 야신'에서 학살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 준군사조직이 이 마을을 공격해 무고한 민간인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1947년 유엔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아랍 국가와 유대 국가로 분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아랍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아랍인과 유대인 간의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데이르 야신은 중립적인 마을이었지만, 전략적 요충지라는 이유로 공격 목표가 됐다.

이른 아침, 유대인 부대는 데이르 야신 마을을 급습했다. 제대로 된 무장조차 갖추지 못했던 마을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공격에 노출됐다. 어린이, 여성, 노인들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살육이 자행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00명에서 최대 250여 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르 야신 학살 사건은 팔레스타인 사회에 엄청난 공포와 충격을 안겨줬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다른 아랍인 마을로 퍼져나갔다.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두려움에 떨며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이후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유대인 측은 데이르 야신 공격이 군사 작전의 일환이었으며, 아랍 측의 완강한 저항 때문에 불가피한 희생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 사회와 많은 역사학자들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학살이었다고 비판하며, 이 사건을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심지어 일부 유대인 지식인들조차 이 사건을 강하게 규탄했다.

데이르 야신 학살 사건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작용하며, 오늘날까지도 중동 평화 정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간이 흘렀지만, 데이르 야신 학살 사건은 여전히 진실 규명과 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