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출산후 '백조의 호수' 무대에 선 김리회...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최초'

(서울=뉴스1) 이승아 김연수 기자

“근육이 다 풀려서 물병 하나 드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발레는 이제 힘들겠다고 생각했죠”

5살 때부터 시작한 발레를 처음으로 포기하려 했다. 출산 직전까지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막상 아기를 낳고 나니 몸 상태가 많이 변해 있었다.

“출산 2주 전까지 공연만 하지 않았을 뿐 토슈즈를 신고 매일 한 시간 반씩 클래스에 참여했어요. 입덧도 없었고 몸에 전혀 무리가 없었기 때문에 (산후)조리 2주 하면 돌아와 금방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이 낳고 물병도 못들만큼 근력이 약해진 거예요. 저희 근육이 일반인들보다 더 섬세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제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발레는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제 정말 (발레는)힘들겠구나 포기했었죠”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김리회(33)는 2006년 9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8세 최연소 국립발레단 정단원으로 발탁됐다. 부상으로 3개월을 쉰 것 이외엔 늘 발레를 해왔고, 발레는 곧 그의 인생이었다.

몸으로 표현하는 무용수들에게 신체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임신과 출산은 감사하면서도 두려운 일이기에 뒤로 미루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수석 무용수 중 출산 후 복귀하는 것은 김리회가 처음이다. 해외에는 워킹맘 무용수가 많은 편이지만 국내에선 물어볼 수 있는 선배조차 많지 않은 것이 현실. 김리회는 마음을 비우고 다시 시작했다. 오늘 5분을 걸으면 내일은 10분을 걸으며 조금씩 늘려나갔다.

“하루하루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사실 예전엔 발레리나는 결혼도 힘들 것 같고 출산 후 복귀도 힘들 것 같았는데 요즘엔 좀 바뀐 것 같아요. 그게 너무 보기 좋고. ‘언니 저도 아기 갖고 싶은데’ 물어보는 후배들이 정말 많은데 저는 너무 추천해요. 여자로서 한 번은 꼭 경험해 봐야 하는 일인 것 같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얘기해줘요”

김리회도 처음부터 결혼과 출산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 발레를 그만두면 결혼을 할 생각이었지만 스물여섯 살에 결혼도 하고 아기를 낳았다. 엄마를 미룰 수밖에 없는 발레리나에게 김리회는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

“경쟁하기보단 무대에 오르고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좋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제는 딸한테도 내가 춤추는 것을 한번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 생겼어요. 남편이랑 딸이랑 같이 손잡고 객석에 앉아있는 모습을 그려봤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쁜 거예요. 가능하다면 그때까지 해보고 싶어요”

키티 역을 맡은 수석무용수 김리회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전막시연회 1막 무도회 장면에서 브론스키(이재우)와 춤추고 있다.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을 무대에 올린 이번 공연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제작됐으며 오는 11월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2017.10.31/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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