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한 통 구입에 고민하는 이유[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전호제 셰프

전호제 셰프

낮 기온이 30도를 넘으면서 드디어 수박을 구입하기로 했다. 마트에 갔다가 커다란 수박을 끌고 왔다. 카트에서 꺼내서 계산용 바코드를 찍는 것도 일이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9kg에 3만 원 정도 했는데 요즘 2만 원대면 살 수 있어 위안이 된다. 사지 않고 수박 주위를 종종 맴도는 사람들도 보인다. 수박 인기가 예전만 못해 보인다.

일단 수박을 다듬는 것이 간단치 않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어려운 곳에서는 수박 껍질을 잘게 썰어야 쓰레기봉투에 넣을 수 있다. 보통 수박 무게의 30% 정도가 버려진다. 이런 수고를 거처야 한 통의 수박을 쟁여놓을 수 있다. 편리함을 생각하면 수박 구입하는 건 번거로운 일이긴 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지하1층 식품관에서 직원들이 '함안 참박 수박'을 소개하는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박 무게의 30%가 음식물쓰레기

하지만 맛있는 수박을 고르는 것은 여름에만 할 수 있는 재미다. 여기저기 통을 두드리며 잘 익은 걸 찾는다. 수박의 꼭지를 보고 꽁무니 쪽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요즘은 당도 검사를 보고 사면 거의 실패가 없지만 예전에는 달랐다. 작은 칼로 수박에 삼각뿔 모양으로 칼집을 내서 미리 맛을 보고 구입하곤 했다. 그 삼각뿔의 끝은 항상 달콤했다. 손이 얼얼한 무게에도 들고 오는 수고를 할 만큼 수박은 쓸모가 많았다.

예전 수박은 물놀이에 빠지지 않는 과일이었다. 동네 계곡으로 물놀이 갈 때는 수박 한 통 들고 가서 시원한 계곡물에 담가두던 추억도 떠오른다. 수박 하나면 음료와 후식을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해변과 수영장에서도 취사할 수 있었던 시절에 수박은 여름의 상징이었다.

수박은 여름 물놀이의 상징

수박이 예전 같은 여름 대표 과일의 지위를 잃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수박 소비량에서도 나타난다. 2010년에 1인당 13.7㎏이었던 수박 소비량은 2025년 7.4㎏으로 줄었다. 예전에 없던 수박 주스가 유행하는 것도 수박 주스용 가공 쪽으로 수박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수박 주스를 출시하는 카페도 많아졌다. 예전과 달리 다듬어진 냉동 수박 과육이 재료로 공급돼 간편하게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하우스오브신세계 디저트살롱에서 모델들이 제철 수박과 제주 햇 말차를 활용한 여름 한정 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10여 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가는 수박 소비량

더운 여름에 수박을 건강하게 먹는 한 가지 방법은 샐러드로 함께 먹는 것이다. 수박의 시원한 식감은 페타치즈와 잘 어울린다. 약간 씁쓸하면서 담백한 치즈여서 토마토, 올리브, 오이와 함께 그리스 스타일의 샐러드를 만든다. 레몬주스와 올리브오일로 드레싱을 만들어 가볍게 뿌려주고 굵은 흑후추와 바질잎도 곁들이면 좋다.

치즈와 수박을 함께 먹는 건강상 이점도 있다. 수박은 과일 중에서 고당지수가 80으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그 때문에 치즈와 함께 섭취하면 당이 흡수되는 속도를 낮춰 준다. 당 섭취를 고민하는 경우라면 수박은 주스로 먹기보다는 생으로 먹는 편이 당을 좀 더 천천히 올려준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수박의 과육만 골라 먹는 대신 하얀 속껍질을 적당히 먹는 것이다. 혈액 순환과 신장 기능에 좋은 성분이 많고 특히 당 성분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한 조각 수박을 먹으면서 조금만 더 깊게 하얀 부분도 함께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박을 샐러드로 먹으면 당 흡수를 느리게 해줘

이제는 과일을 맘껏 먹을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고 한다. 당을 조심해야 하는 분이라면 수박은 1쪽 하루 200g 정도만 먹는 것이 필요하다. 적당한 수박은 더위를 이기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커다란 수박을 사는 건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가능해 보인다. 이제 수박 한 통을 사는 대신 1㎏씩 다듬어진 수박을 사야 할까? 수박 한 통에 우리 삶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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