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직전 안중근 의사의 8글자…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 고국 품으로(종합)
"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광복절 앞두고 日서 환수 후 13일 언론 첫 공개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안중근 의사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남긴 소중한 글씨가 마침내 일본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유묵에는 일제의 불의한 재판에 맞서며 강대국의 힘의 논리를 비판했던 안 의사의 뜨거운 평화 사상이 담겼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덕수궁 중명전에서 일본에서 가져온 안중근 의사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萬國公法不如大砲)를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유묵은 1910년 3월, 안 의사가 사형 집행을 불과 며칠 앞두고 뤼순감옥에서 써 내려간 작품이다.
'만국공법불여대포'라는 여덟 글자는 '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것은 정당한 행위였음을 밝히며, 국제법에 따른 재판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단순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안중근 의사는 순국을 앞두고 일제의 무도함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던 당시 세계 정세를 유묵을 통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세로 196.8㎝, 가로 44.8㎝ 크기로, 안 의사 특유의 힘차고 거침없는 글씨체가 돋보인다. 하단에는 안 의사의 상징인 왼쪽 손바닥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만'(萬) 자를 쓰는 방식이나 필체의 흐름이 기존 보물들과 일치해 전문가들로부터 진품임을 인정받았다. 특히 작품 뒷면에는 뤼순감옥 형무소장이던 구리하라 사다키치를 거쳐 보존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먹글씨로 적혀 있어, 역사적 가치를 더욱 높였다. 이 유물은 지난해 5월 해외 조사망을 통해 존재가 확인된 후, 정부와 재단의 조사 및 협상을 거쳐 같은 해 11월 국내로 들여왔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뜻깊은 시기에 독립과 평화를 향한 선열의 뜨거운 마음을 담은 문화유산을 국민에게 소개하게 돼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나라를 찾기 위한 헌신을 기억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정혜 국외소재문화재단 이사장은 "광복절을 앞두고 역사적 장소인 덕수궁 중명전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공개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국외에 있는 문화유산을 발굴해 국민과 함께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도 해외에 떠도는 우리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돌아오게 만들겠다"며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것"라고 강조했다.
장지훈 경기대학교 서예학과 교수는 "당나라 안진경 글씨에 기본을 두고 있어 단단한 근육질의 글씨다"며 "안 의사의 기개를 짜임새 있고 단단한 필체로 표현한 수작"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인 배려와 평화 철학을 보여주는 보물 '일통청화공'(一通淸和公, 날마다 맑고 고아한 대화를 나누는 분)도 함께 공개됐다. 뤼순 감옥의 간수과장 기요타 다카지에게 준 글씨다. 두 작품을 비교하며 안 의사의 서체 특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상현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만국공법불여대포''와 '일통청화공' 두 작품은 민·관이 협력해 문화유산의 해외 환수가 이뤄진 사례"라며 "앞으로도 해외에 소대한 우리 문화유산을 환수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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