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 전 신라 장수 옆에 묻힌 사람은…순장된 165㎝ 시종이었다(종합)
성별·연령은 확인 어려워…20일 경주 황남동 1호 목곽묘 발굴현장 언론공개회
발굴 조사 현장 일반에 공개…오는 27일~11월 1일
- 정수영 기자
(경주=뉴스1) 정수영 기자
"신라 지증왕(437~514)이 순장을 금지하는 법령을 제정했다고 전해지지만, 실제로 시행됐는지는 불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순장자의 전신(全身) 인골이 발견되면서, 신라 시대에도 순장 제도가 존재했음이 확인됐습니다."(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
20일 경주 황남동 120호분 발굴 현장. 국가유산청과 경주시는 신라 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적석목곽분(돌무지덧널무덤)인 황남동 120호분을 조사하던 중, 그 아래에서 더 이른 시기에 조성된 목곽묘(덧널무덤)를 확인해 언론에 공개했다. 이 목곽묘는 4세기 말에서 5세기 전반쯤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목곽묘는 나무로 만든 널방(묘실)에 시신과 부장품을 넣고 흙으로 덮어 만든 무덤으로, 이번에 발견된 무덤에는 '경주 황남동 1호 목곽묘'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날 동석한 심현철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이번에 확인된 목곽묘는 적석목곽분인 120호분의 아래에서 발견돼, 신라의 무덤 양식이 목곽묘에서 적석목곽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심 교수는 또 "황남동 1호 목곽묘는 적석목곽분의 요소를 갖췄지만, 봉분이 낮고 완만하며, 호석 또한 명확한 석축 형태가 아니어서 완전한 적석목곽분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목곽묘는 주곽과 부곽으로 구성돼 있다. 주곽에서는 대도(大刀)를 착장한 남성 장수의 인골과 금동관이 출토됐다. 부곽에서는 금귀걸이 등 각종 부장품과 함께 순장된 인골 1구(시종 추정)가 발견됐다. 김재열 국가유산진흥원 팀장은 "말과 사람의 갑옷 일체, 금동관, 순장자가 확인돼 무덤의 주인공은 당시 최고 신분의 신라 장수로 볼 수 있다"며 "치아 분석 결과, 무덤의 주인공은 30세 전후의 남성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순장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추진단에 따르면, 순장자는 무덤의 주인공을 생전 가까이에서 보좌하던 시종으로 추정되며, 주인공을 따라 순장돼 사후에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도록 묻힌 것으로 보인다.
순장자의 키는 대퇴골(허벅지 뼈)과 경골(종아리뼈) 길이를 기준으로 할 때, 160㎝~165㎝의 성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연령과 성별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헌석 학예연구사는 "연령을 파악하려면 치아 마모나 두개골의 붙는 정도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남아 있지 않고, 성별 판별에 중요한 골반도 남아 있지 않아 순장자의 성별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토된 순장자의 자세도 주목됐다. 순장자 인골은 다리가 '오'(O) 자 형태로 굽혀져 있고, 팔은 벌린 형태로 발견됐다. 대부분의 순장이 신전장인 것과 달리, 이 1호 목곽묘 순장 인골은 팔다리가 벌어진 특이한 형태다.
이에 대해 이종훈 국가유산청 역사유적정책관은 "순장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순장자를 넣을 때 공간이 협소해 똑바로 눕히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다소 이상한 자세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헌석 연구사는 "순장자는 사망 후에 안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저항의 흔적이 없어 생전 매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오늘은 1600년 전 신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하루"라며 "신라 초기의 무덤에서 순장 제도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장수가 사용했던 말 갑옷과 투구까지 볼 수 있는 소중한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황남동 1호 목곽묘 발굴 조사 현장은 오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27일은 오후 1시~오후 6시, 28일부터 11월 1일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남성 장수 인골, 금동관, 갑옷·투구 일체 등 주요 출토 유물은 같은 기간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신라월성연구센터에서 전시된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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