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도박, 도핑보다 죄질 악독한 범죄"

[인터뷰]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정용철 서강대 교수 "일벌백계 강화해야"
"불법스포츠도박 수요 '땀흘리는 쾌감'에 유도할 시설·시스템 조성이 근절대책"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승부조작을 비롯한 불법 스포츠도박은 스포츠의 존재 근거 자체를 흔드는 일입니다."

체육시민연대에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용철(45)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불법 스포츠도박은 '공정성'이라는 스포츠의 핵심가치를 부정하는 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한 범죄"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국제스포츠기구에서 도핑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이유는 스포츠의 핵심 가치를 부정하기 때문"이라며 "불법 스포츠도박은 이 도핑보다도 죄질이 더 악독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스포츠심리학 전공인 정 교수가 몸담은 체육시민연대는 2007년 출범한 한국 최초의 체육분야 비정부기구(NGO)로 건강한 체육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체육정책 개발과 학교 체육 살리기 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불법 스포츠도박 같은 스포츠 분야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정 교수는 "프로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불법 스포츠도박 문제는 말단의 연루자 몇 명만을 처벌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뿌리 깊은 스포츠계 내부의 패거리 의식과 부정부패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확산과 정부의 의지가 모두 필요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최근에도 한국프로농구연맹이 불법 스포츠도박에 연루된 프로농구 선수 3명을 제명하는 등 폐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농구 뿐 아니라 축구 야구 배구 등 이른바 '프로 4대 스포츠'의 전·현직 선수와 감독 등이 처벌을 받기도 했다.

지하경제의 대표적 범죄인 불법 스포츠도박의 폐해로 인해 체육분야의 공적기금 손실이 연간 최대 4조여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불법 스포츠도박 조직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해외 조직과 관계를 맺고 있어 막대한 국부유출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불법 스포츠도박이 청소년의 놀이문화에도 파고 들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절도, 학교 폭력 등 2차적인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폐해가 성인의 경우보다 더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정 교수는 이처럼 해악이 큰 불법 스포츠도박을 근절하기 위한 1차적 수단으로 합법적인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의 상품 경쟁력 강화와 강력한 처벌을 꼽았다. 다만 "공적기금 확보라는 순기능이 있지만 스포츠토토 역시 자극적 속성을 함께 양면적으로 가지고 있어, 규모를 신장시키는 데에는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불법 스포츠도박에 대한 처벌이 약한 면이 있으므로 이를 보완할 필요는 있으나,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안 걸리는' 식이 아닌 '일벌백계'의 엄격한 법 적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정부기관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물론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지만, 으름짱만 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전자카드제 추진 같은 전시 행정보다는 불법 스포츠 도박을 감독하는데 힘써 사회에 좀 더 현실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불법 스포츠도박을 근절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건강한 스포츠 환경'을 만들어 불법 스포츠 도박를 향한 어두운 수요를 밝은 곳으로 이끌어 내는 사회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지는 이들은 스포츠 자체에는 관심이 많으면서 직접 몸으로 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은데,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자기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 '도박의 말초적 쾌감'을 '땀 흘리는 쾌감'으로 끌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끝으로 "집에서 5분 거리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과 시스템, 그리고 수준 높은 교육을 하는 커뮤니티를 만든다면 불법 도박이 일어난 여력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스포츠심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같은 대학에서 8년간 교수로 일하다 2008년부터 서강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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