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도시 청운시의 19살 수영 선수 모파 이야기…유지현의 장편소설

지구 대부분이 물에 잠기자 인간은 심해종과 고산종으로 나뉘었다
[신간] '파란 파란'

장편소설 '파란 파란' 정보그림/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유지현의 장편소설 '파란 파란'이 해파리를 은박으로 표현한 새 장정의 '해파리 에디션'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심해 도시 청운시에 사는 열아홉 살 심해수영 선수 모파의 흔들림을 따라간다.

지구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 미래, 모파는 심해 도시 가운데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청운시에서 고교 심해수영 선수로 살아간다. 기록이 주춤한 모파는 앞서가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레인에 남을지, 레인 밖으로 나갈지를 두려워한다.

소설 속 심해수영은 소용돌이로 이뤄진 원형 레인을 한 바퀴 도는 종목이다. 선수들은 역방향으로 휘몰아치는 물살을 거슬러 원을 그리며 헤엄친다.

모파는 심해수영 선수가 되겠다는 꿈이 있으면 방황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성적이 떨어지고 물살에 휩쓸려 레인 밖으로 튕겨 나와 부상까지 입으면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불안에 놓인다.

장편소설 '파란 파란' 정보그림/뉴스1
물살을 거스르는 레인과 경쟁

레인에 다시 들어가기 어려워진 모파 앞에는 진화 촉진제가 놓인다. 이 약은 심해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수중 생활에 적응하도록 임신부가 주로 복용하며, 처방전 없이는 구하기 어렵다.

모파는 처방받지 않은 약을 먹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도핑으로 적발되면 대회에 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절박한 처지에서 약봉지를 만지작거리며 외부의 힘에 기대려는 마음과 맞선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모파를 겨냥한 괴롭힘이 이어진다. 누군가는 SNS에 모파의 사진을 올리고 일거수일투족을 아는 듯한 글을 남겨 모파와 친구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스토커의 정체가 드러난 뒤 모파는 자신을 가장 괴롭힌 존재가 따로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의 무능과 수치를 파헤치고 뒤처질 때마다 몰아붙이던 내면의 목소리를 마주한다.

장편소설 '파란 파란' 정보그림/뉴스1
심해종과 고산종이 사는 미래

소설의 세계에서 인류는 높은 산에 터를 잡은 고산종과 바닷속 생활에 적응한 심해종으로 나뉜다. 심해종에게는 폐 호흡보다 아가미 호흡이 자연스럽고 지느러미와 비늘을 지닌 아이들도 태어난다.

바닷속은 재난이 지나간 뒤의 폐허이면서 발광 플랑크톤이 모여 은하수 같은 풍경을 이루는 생활 공간이다. 모파는 이 낯선 환경에서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자기 삶의 방향을 찾는다.

청소년기의 경쟁과 생존은 심해수영의 물살과 함께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모파는 옆 레인의 다른 선수만 신경 쓰던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두려워해 왔음을 인정한다.

소설은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인물들은 각자가 서로 다른 연습을 하고, 이루고 싶은 일도 다르다는 사실을 말한다.

'파란 파란' 표지/뉴스1
레인 밖에서 찾는 고유한 시간

모파는 레인에 남을 자격을 코치와 성적이 정한다고 생각한다. 친구는 레인에 있을지 말지는 스스로 정하는 일이라고 답하며 모파의 생각에 균열을 낸다.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가 문제를 고칠 수 없기에 앞이 보이지 않아도 물살을 헤치며 나아가야 한다는 모파의 인식으로 이어진다. 그는 빠르게 자신을 쏘아 보내기보다 유연해지려 한다.

유지현은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첫 장편소설 '파란 파란'으로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각자의 삶이 고유한 시간과 경험이라고 썼다.

'파란 파란'은 열아홉의 불안과 좌절, 경쟁 속에서 타인의 기준과 내면의 비난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모파가 레인 밖의 두려움과 맞서는 여정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하려는 질문을 남긴다.

△ '파란 파란'/ 유지현 지음/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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