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한국 미술의 길을 걷다

[신간] '20세기 한국 미술의 길'

목수현의 '20세기 한국 미술의 길'은 개항과 식민 지배, 분단과 세계화로 이어진 한 세기 한국 미술을 '정체성'의 흐름으로 엮는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목수현의 '20세기 한국 미술의 길'은 개항과 식민 지배, 분단과 세계화로 이어진 한 세기 한국 미술을 '정체성'의 흐름으로 엮는다. 사회평론의 '근현대 한국사 새로 읽기' 7권 8책 가운데 7권이며 전통의 변용부터 민중미술, 동시대 미술까지 작가들이 시대 변화에 대응한 조형적 해법을 짚는다.

국기 제정과 사진의 유입은 19세기 말 시각 문화의 변화를 이끌었다. 1장은 1890~1910년대 국가 상징의 제정, 사진 문화, 미술 범주의 재편, 전통 화단의 변모를 다룬다. 산수화에서 풍경화로 옮겨가는 과정과 새로운 인물상은 미술가가 자신과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1920~1930년대에는 도시화와 서구식 장르 구분 속에서 '한국적 미술'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상범과 김은호는 인물과 풍경을 새롭게 그렸고, 배운성·백남순·오지호는 유화에 한국적 소재와 색채 감각을 더했다. 김주경, 이유태, 안석주는 달라진 풍경과 삶을 화폭에 담았으며, 미술사학자와 화가들은 문화적 독자성을 다시 살폈다.

해방과 한국전쟁은 민족미술의 방향을 다시 묻게 한 전환점이다. 이쾌대는 해방의 감격과 혼란한 사회상을 군상으로 남겼고, 남북 미술계는 분단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박래현과 변관식은 조형 실험과 전통의 조화를 탐색했으며, 이중섭·박수근·김환기는 유화로 한국적 화면을 구현하려 했다. 북한 미술계는 채색화를 중심으로 민족적 형식을 추구했다.

전후 미술은 앵포르멜과 추상 작업의 확산으로 이어진다. 서세옥은 여백과 형태의 변주를, 김환기는 전면점화를 통해 각기 다른 화면을 구축했다. 이우환과 박서보는 백색 화면에 반복적 움직임을 남겼고, 이응노와 박생광은 콜라주·한지·수묵의 흑백, 강렬한 채색으로 상반된 조형 언어를 펼쳤다.

1980년대 장에서는 민중미술이 기존 미술의 형식주의와 사회 현실에 맞선 흐름으로 등장한다. 오윤과 신학철은 자본주의 현실과 역사·현실의 뒤틀림을 드러냈고, 황재형과 이종구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존재를 극사실적으로 그렸다. 시월모임, 김인순, 그림패둥지는 여성의 현실을 다뤘으며, 월북 미술가들에 대한 해금도 이 시기의 변화로 함께 다룬다.

1990년대 이후 미술의 시선은 국가와 민족의 거대 담론에서 개인의 정체성, 일상, 여성, 신체 퍼포먼스, 디아스포라와 노마디즘으로 넓어진다. 백남준과 박이소, 정연두, 박영숙, 이불, 김수자, 서도호의 작업은 전통과 현대, 문화다원주의, 여성의 삶, 이동과 거주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 서도호의 '집'은 낯선 대도시에 정착하는 이들이 겪는 문화적 이질성과 개인·사회의 긴장을 담는다.

책은 시대별 양식의 나열보다 국가 상징, 식민지 현실, 전쟁과 분단, 사회운동, 세계화가 미술가의 질문과 표현을 어떻게 바꿨는지 따라간다. 잘 알려진 작가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작가를 함께 배치해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정체성이라는 축에서 연결한다.

목수현은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미학·미술사를 전공하고 1992년부터 여러 대학에서 한국미술사와 한국예술사 등을 가르쳤다. 직지성보박물관 학예실장과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위원 등을 지냈으며, 한국 근현대 미술과 시각 문화를 연구해왔다.

△ '20세기 한국 미술의 길'/ 목수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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