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사 길해용, 홀로 죽은 이들의 흔적을 기록하다
"유품은 한 사람의 삶을 말해주는 증거입니다"
[신간] '유품정리사가 좋은 죽음을 묻습니다'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유품정리사가 좋은 죽음을 묻습니다'는 유품과 흔적을 따라 홀로 죽은 이들의 삶을 복원하며, 죽음 이후 남는 관계를 짚는다. 길해용은 실제 사례 16편에서 '좋은 죽음'에 앞서 '좋은 삶'을 묻는다.
유품정리 현장에 남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흔적이다. 유서와 일기장, 낡은 운동화, 비어 있는 냉장고, 넘기지 못한 달력과 가족사진은 한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붙들었는지 가늠하게 한다. 길해용은 이 물건들을 단순한 폐기 대상이 아니라 삶의 기록으로 읽는다.
책은 보호종료 청년, 20대 여성, 독거노인, 기러기아빠, 가족과 단절된 아버지 등 홀로 죽은 사람들의 사례를 담았다. 주인공만이 아니라 가족, 건물주, 이웃 주민, 관계 공무원 등 죽음의 현장에 남은 이들의 삶도 함께 다룬다. 모든 이야기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했다.
구성은 '누군가를 기다리던 마음', '나의 사랑은 어디에', '남겨진 질문들', '작은 온기를 생각하며'의 네 갈래로 나뉜다. 전해지지 못한 유서, 20대 여성과 반려견, 기러기아빠, 상속 포기, 통장과 한 장의 사진, 1년 뒤 발견된 시신 등이 각 장의 사례로 놓인다.
길해용은 고인의 삶을 선악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고독사한 서른 무렵 여성의 유서, 아버지의 시신을 보지 않겠다는 아들, 세입자의 죽음에 분노하는 건물주의 목소리도 판단보다 기록의 대상으로 다룬다. 현장에서 만난 반려동물과 새 입양자를 찾는 과정도 같은 거리에서 적었다.
유품은 고인의 경제적 형편과 관계, 마지막 시간을 드러내기도 한다. 손때 묻은 다이어리와 읽다 만 책, 화장품, 양복과 와이셔츠, 통장과 메모가 사례마다 다른 삶의 단서가 된다. 유품 외에도 침대와 이불, 벽과 바닥에 남은 오염물은 죽음 이후의 현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를 보여준다.
책은 유품정리의 현실적 문제도 비춘다. 고인이 며칠이나 몇 주 뒤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몇 달이 지나거나 사망 1년 뒤 발견되는 사례도 있다. 세입자의 고독사 뒤에는 유품정리 비용, 상속 절차, 현장 보존을 둘러싼 임대인과 유가족의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
길해용은 2014년부터 홀로 죽은 사람들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블로그와 유튜브에 기록해 왔다. 유품정리사로서 죽음의 현장을 12년 넘게 정리한 경험은 죽음 직후의 모습보다 그 이전에 있었던 한 사람의 삶을 더듬는 데로 향한다.
△ '유품정리사가 좋은 죽음을 묻습니다'/ 길해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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