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도 인간도 초록빛 조력자 덕분"…식물 중심 12억 년 지구 역사
[신간]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지구의 거대한 생명 연대기를 지배해 온 진짜 주역은 사나운 동물이 아니라 조용히 자리를 지킨 식물이라는 새로운 관점의 책이 나왔다. 동물의 진화에 집중하던 기존 자연사 프레임을 뒤집고 초록빛 식물이 어떻게 지구 환경과 온갖 생물체의 탄생을 이끌었는지 다루는 대중 과학서다.
과학 베스트셀러 작가 라일리 블랙은 12억 년 전 고대 바다에서 시작해 육지 숲과 초원으로 이어지는 긴 진화 과정을 흥미진진한 서사로 되살려낸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산소 비율을 바꿔놓지 않았다면 동물의 육지 진출은 불가능했으며, 꽃과 열매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풍요로운 생태계도 완성될 수 없었다.
책은 거대한 초식 공룡의 등장부터 꽃과 곤충의 은밀한 공생, 초원 확장에 따른 포유류의 변화 등 다채로운 사례를 제시한다. 남미로 넘어간 원숭이의 표류기, 모기가 남긴 공룡 시대의 기록, 검치호를 사로잡은 식물 '개박하'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빽빽하게 담겼다.
이 책은 생명의 역사를 개별 종 사이의 생존 경쟁이 아닌, 식물이 조성한 조건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결과물로 바라보게 돕는다. 인간 역시 자연을 지배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식물과의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생겨난 생태계의 한 부분임을 상기시킨다.
지구 생명사의 숨은 일꾼이었던 식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발밑의 풀 한 포기조차 세상을 움직여 온 위대한 유산임을 깊이 깨닫게 된다.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라일리 블랙 글/ 조정남 옮김/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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