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곧 평화라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살리고 있는가"
메밀밭과 막국수집에서 길어 올린 생명·평화의 사유
[신간] '메밀꽃 피우는 사람들'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메밀꽃 피우는 사람들'은 메밀의 생명력을 따라 평화와 존엄, 연대의 문제를 다시 세운다. 저자 박승흡은 최시형, 김원봉, 김남주, 문익환, 전태일의 삶을 메밀의 뿌리·줄기·잎·꽃·씨앗에 겹쳐 놓으며 생명이 곧 평화라는 질문을 밀어붙인다.
책의 출발점은 메밀을 곡식이나 음식에만 머물지 않는 존재로 보는 데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자라고 짧은 기간에 꽃을 피우는 메밀의 성질을 끌어와, 버티고 나누고 이어가는 삶의 윤리를 다섯 인물의 생애 속에서 읽는다.
해월 최시형은 밥과 평등의 사유를 품은 뿌리로 놓인다. 약산 김원봉은 행동의 윤리를 밀어 올린 줄기, 시인 김남주는 사랑과 저항의 언어를 품은 잎, 늦봄 문익환은 평화의 향기를 남긴 꽃, 전태일은 연대의 불씨를 남긴 씨앗으로 배치된다.
구성도 이 비유를 따라간다. 1장부터 5장까지는 다섯 인물의 생애를 각각 붙들고, 마지막 장에서는 오방색의 메밀과 사계의 순환, 다섯 가지 지혜를 묶어 생명이 서로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논의를 넓힌다.
각 장 사이에는 '메밀노트', 현장기록, 편지 형식의 글이 배치된다. 강원 인제 갑둔리, 한성 서대문 밖 형장, 중국 길림과 한커우, 평양 대화, 평화시장 앞길 같은 장면이 들어오며 추상적 메시지에 머물지 않게 붙든다.
박승흡은 오래도록 전국의 메밀집을 찾아다니며 한 그릇의 음식에 담긴 시간과 사람의 흔적을 기록해왔다. 전작 '박승흡의 메밀 순례기'가 풍경과 음식의 결을 좇았다면, 이번 책은 그 길 위에서 만난 역사와 노동, 공동체의 얼굴로 더 깊이 들어간다.
저자의 시선은 큰 구호보다 생활의 장면에 오래 머문다. 밥 한 끼를 나누는 일, 손을 잡아 주는 온기, 척박한 토양에서 다시 살아나는 씨앗의 이미지를 통해 사람을 지탱하는 힘이 무엇인지 묻는다.
저자 이력도 이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1962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설립과 '매일노동뉴스' 발행, 전태일재단 이사장 활동을 이어왔고, 책은 그 실천의 시간을 메밀이라는 상징 안에 다시 모은다.
△ '메밀꽃 피우는 사람들'/ 박승흡 지음/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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