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의 눈으로 던전을 다시 보다…현실을 비튼 판타지의 현재

전 2권으로 나온 '연중무휴 던전'
[신간] '연중무휴 던전 : 관계자 외 취재 금지'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

[신간] '연중무휴 던전 : 관계자 외 취재 금지'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연중무휴 던전'연작은 2편이다. '관계자 외 취재 금지'는 마왕 토벌 뒤 달라진 던전 생태계에서 미믹과 스켈레톤 듀오가 몬스터들의 삶과 생존 전략을 추적한다. '던전의 12가지 모습'은 마왕 퇴치 서사 뒤편에 있던 몬스터와 모험가의 생존을 지하 1층부터 12층까지의 에피소드로 다시 묻는다.

먼저 '관계자 외 취재 금지'는 마왕 퇴치만 좇던 던전이 전장의 배경으로 머물지 않는다. 모험가를 다시 끌어들이려는 수익 사업과 취재 경쟁이 얽히면서 던전은 먹고사는 현장으로 바뀐다. 미믹과 스켈레톤 듀오는 그 변화의 한복판을 돌아다니며 달라진 질서를 기록한다.

두 주인공은 하급 던전의 함정 담당에서 출발해 모험가 대상 잡지 '데일리 던전'의 몬스터 기자가 된다. 모험가 시선에 갇힌 기사에 답답함을 느낀 이들이 직접 취재에 나서면서 이야기는 전편보다 연결성이 강한 군상극으로 뻗는다.

취재 현장에서 드러나는 던전의 변화는 선명하다. 예전에는 함정을 설계해 모험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유실물 센터를 운영하고 보험 상품을 기획해 수익을 낸다. 최후의 토벌을 피하면서도 모험가를 계속 불러들여야 하는 던전의 사정이 비즈니스의 언어로 번역된다.

'던전의 12가지 모습'은 던전을 '몬스터들이 보물을 지키는 소굴'로만 보던 익숙한 시선을 먼저 뒤집는다. 마왕 아래 모인 몬스터들의 거처이자 모험가를 길러내는 장치, 때로는 왕위 계승의 은신처와 종교적 순례지로까지 번지는 공간이 던전이라는 설명이 초반부터 깔린다.

서사는 지하 1층부터 지하 12층까지 이어지는 열두 편의 에피소드로 짜였다. 마왕, 모험가, 용사, 드래곤, 골렘이 층마다 다른 사연을 끌고 나오고, 각 인물이 다른 장면에서 다시 교차하며 하나의 군상극을 이룬다.

대표 사례는 익숙한 판타지 종족의 고정된 역할을 비트는 데서 나온다. 폭력과 전투를 꺼려 회계사가 된 드래곤, 안정적인 수익을 좇아 던전에 들어가려는 크라켄, 말을 거는 보물상자 미믹, 청소 도구처럼 쓰이는 슬라임이 던전의 일상과 노동을 드러낸다.

이 시리즈는 '던전 앤 드래곤' 설정을 뼈대로 삼되 부동산 불패 신화와 AI 열풍 같은 한국 사회의 이슈를 끌어들인다. '던끌'과 'AI 정령' 같은 표현도 그 연장선에 놓인다. 판타지 세계의 문법을 빌려 동시대 감각과 생존 논리를 겹쳐 놓는 방식이다.

유권조는 작품집 '록커, 흡혈귀, 슈퍼맨 그리고 좀비', '인류의 종말은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에 참여했고 단편 '침착한 종말'로 제4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받았다. '연중무휴 던전' 시리즈의 첫 권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은 전자책으로 먼저 공개돼 예스24 전자책 종합베스트 1위를 기록했고, 이번 후속작과 함께 정식 출간됐다.

△'연중무휴 던전 : 관계자 외 취재 금지'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 유권조 지음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