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서 사회복지사 실습생으로…금요일 밤 베를린 공동숙소를 지나온 시선

[신간]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신간]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저자 남은주는 18년간의 한겨레 기자 생활을 접고 사회복지사 실습생으로 들어간 현장에서 극우와 혐오가 커지는 도시의 민낯과 그 안에서 이어지는 돌봄의 장면을 함께 기록한다.

책은 금요일 밤마다 공동숙소 사무실로 몰려드는 다급한 사연에서 출발한다. 공공 시스템이 문을 닫기 직전,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찾아온 사람들을 마주하며 저자는 이주자의 삶이 어떤 시간표 위에 놓여 있는지 드러낸다.

시선은 난민 공동숙소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베를린 학교의 '환영반'에서는 독일어 교육 대신 구호품만 받고 돌아오는 날이 이어지고, 갈 곳 없는 이주 배경 아동들은 불 꺼진 공간을 떠돈다. 환영이라는 이름과 실제 운영 사이의 간극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도시의 차별은 더 노골적인 장면으로 이어진다. 거리에서는 "너는 예쁘지만 피부색이 문제"라는 말을 듣고, 이주청에서는 독일어 능력과 경제적 효용을 기준으로 사람을 가르는 시선과 마주한다. 극우 정당의 득세와 외국인 혐오가 일상의 언어와 제도 안으로 스며드는 과정도 함께 포착한다.

저자는 18년간 기자로 일한 삶을 접고 베를린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다른 역할을 맡는다. 독일어도 실무 경험도 부족한 '쓸모없는 사회복지사'라고 자처하지만, 그 어설픔은 오히려 현장의 곤경을 더 가까이 보게 하는 장치가 된다. 행정 허가를 기다리며 멈춰 선 삶과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이 문장 사이에 쌓인다.

대표적인 장면은 세제를 먹은 11개월 아기 사건이다. 번역기와 서툰 독일어로 상황을 주고받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저자는 떨리는 손으로 구급차를 부른다. 책 제목이 가리키는 '금요일 밤'은 우연한 하소연의 시간이 아니라 제도 밖으로 밀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도움을 청하는 시간에 가깝다.

그렇다고 책이 절망만 붙드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이주자들은 모국어 대신 손짓과 눈빛, 통역기를 섞어 소통하고 고향 음식을 나누며 연결된다. 부엌은 집 밖에서 잃기 쉬운 자존을 되찾는 공간이 되고, 작은 동네 모임과 이웃의 쪽지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방식으로 남는다.

구성은 베를린의 이주 현실, 인종차별의 언어, 피난자의 생존, 연대와 저항의 장면으로 이어진다. '환영반의 유령들' '말하는 입과 먹는 입'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같은 장들은 학교, 관청, 공동숙소를 오가며 이주자의 일상을 세부 장면으로 쪼개 보여준다. 목차가 곧 현장의 동선처럼 읽히는 이유다.

저자는 한겨레신문사에서 18년 동안 기자로 일했고, 2018년 베를린에 온 뒤 베를린기독교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이 책은 극우의 부상과 각자도생의 논리가 커지는 도시에서 누가 끝내 서로를 돌보는지 묻는다. 차별과 폭력이 거세질수록 약함이 연결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남긴다.

△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남은주 지음/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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