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아닌 달러 코인…위기 때 자본은 어디로 가나

[신간] '달러, 코인, 전쟁'

[신간] '달러, 코인, 전쟁'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달러, 코인, 전쟁'은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달러 패권과 지정학, 기술 패권 경쟁을 함께 읽는 창으로 제시한다. 고승연은 관세전쟁과 금융 제재, AI 경쟁이 겹친 시기 자본이 왜 달러 연동 디지털 자산으로 몰리는지 추적하며 새 금융 질서의 방향을 짚는다.

위기의 순간 자본이 어디로 피하는지부터 책의 질문은 시작한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의 갈림길, 1997년 한국의 금 모으기와 2024년 서울 투자자의 USDT 매수를 나란히 놓으며 불안한 시대의 선택이 무엇을 향하는지 먼저 보여준다.

이 책이 주목하는 대상은 암호화폐의 이념이 아니라 가치 보존 장치로서의 달러 연동 코인이다. 국가 권력에서 벗어나는 자유보다 번 돈의 가치를 지키려는 욕구가 더 직접적인 동력이라는 점을 짚으며, 스테이블코인의 경쟁 상대를 다른 코인이 아니라 느리고 닫힌 거시경제 구조로 돌린다.

시선은 곧 국제 금융 인프라로 옮겨간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제재의 도구가 된 뒤 각국이 대안 결제망을 모색하고, 미국 역시 더 빠르고 더 깊게 추적 가능한 디지털 달러 레일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는 흐름을 따라간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대목에서 단순한 거래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배관으로 자리 잡는다.

책은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미국 국채 수요와 국제 결제, 기업 재무, 국가 안보를 잇는 금융 표준으로 커지고 있다고 본다.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에서는 통화 불안을 피하는 디지털 달러로, 유럽과 일본에서는 통화 주권을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다뤄지는 장면도 함께 제시한다.

달러 체제의 역설도 놓치지 않는다. 시장이 커질수록 미 국채 수요가 늘어 체제는 강해지지만, 환매가 몰릴 때는 같은 자산이 급한 매도 물량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로버트 트리핀의 문제의식과 연결한다. 서클과 테더 같은 민간 발행 주체가 위기 때 국채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이 축에서 나온다.

후반부는 스테이블코인만 따로 떼어 보지 않는다. 관세전쟁과 금융 제재, 탈세계화, AI와 반도체를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을 한 흐름으로 엮으며, 상호의존이 무기화된 시대에 달러와 안보, 기술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살핀다. 미국 없는 세계에서 미중 갈등이 각국의 경제 안보와 군사 안보 전략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문제의식도 여기에 놓인다.

구성은 1장 '불안정한 세계, 스테이블코인'에서 7장 '각자도생 국제정치의 비극'까지 이어진다. '달러의 역설', '신냉전 시대의 도래', '새로운 세력의 진군' 같은 장을 거치며 금융시장과 국제정세, 기술 경쟁을 분리하지 않고 묶어 읽는다. 부록에는 HS아카데미 대표 이효석과 개인 전업투자자 리얼치킨보이 인터뷰도 실렸다.

고승연은 LG경영연구원 경제·정책연구부문 연구위원으로 경제·산업·국제정세를 취재하고 연구했다. 그는 이번 책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투자 상품 규제의 한 항목으로 좁히지 않고, 돈과 권력이 이동하는 경로가 어떻게 바뀌는지 묻는다.

△ '달러, 코인, 전쟁'/ 고승연 지음/ 332쪽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