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지부터 이태원까지…용산의 망각과 개발을 읽다
[신간]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개정판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는 개발과 재배치가 겹친 용산의 시간을 다시 불러내며 사라짐과 망각의 구조를 짚는다. 저자 이광호는 초판 이후 12년 동안 겹쳐진 용산의 시간층을 새 글 3편을 더한 4부 20편에 담아 개정판으로 묶었다.
책이 먼저 내세우는 것은 미래 도시의 조감도보다 그 자리에 남은 공백이다. 미군기지 주변의 수평성, 철거와 신축이 교차한 거리, 정치권력이 재배치된 공간을 따라가며 용산이 어떻게 사라짐을 일상의 원리로 떠안았는지 묻는다.
개정판은 초판을 손보는 데 그치지 않고 새 글을 보태 시간을 겹쳐 놓는다. 전체는 4부 20편으로 구성했고, 4부에 추가한 원고 3편은 지난 12년 동안 기록한 용산의 변화와 흔적을 중심에 둔다.
1부와 2부에서는 삼각지, 효창공원, 청파동, 용산전자상가, 용산역, 서부이촌동, 해방촌, 이태원 같은 장소가 차례로 등장한다. 골목과 철길, 화랑거리, 계단 같은 구체적 장면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대가 한동네 안에서 충돌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3부와 4부로 갈수록 시선은 더 직접적인 역사와 권력의 자리로 옮겨간다. 남일당 터와 국립중앙박물관, 용산어린이정원, 새로운 마천루를 따라가며 식민과 개발, 공공성의 수사와 배제가 한 공간에 어떻게 겹쳐졌는지 짚는다.
책은 용산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따로 떼어 놓지 않는다. 두 사건을 용산의 크로노토프 안에서 읽으며 국가 시스템과 권력의 시선이 개인의 안전을 어떻게 사각지대로 밀어냈는지 연결한다.
도시의 외형 변화도 주요 축이다. 저자는 저층 상가와 공터를 밀어낸 고층 건물, 보행의 연결을 끊는 마천루, 기억을 작은 전시 공간으로 밀어 넣는 재편 과정을 따라가며 개발자본주의의 시간성을 드러낸다.
평화로워 보이는 공원과 번쩍이는 스카이라인 아래 무엇이 지워졌는지를 끝까지 묻는 점이 이 개정판의 현재성이다. 용산을 둘러싼 기억과 망각의 구조를 지금의 언어로 다시 읽게 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이광호 지음/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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