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100만명 사는 도시 만들기 vs 독성 토양이 만만치 않네
[신간]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은 달과 화성을 인류의 새 터전으로 보는 낙관을 걷어내고 우주 정착이 맞닥뜨릴 의학·경제·법·정치의 난제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잭 와이너스미스와 켈리 와이너스미스는 로켓 기술의 진보보다 그곳에서 숨 쉬고 먹고 낳고 다투며 살아갈 조건이 먼저 검증돼야 한다는 점을 짚는다.
일론 머스크가 생애 안에 100만 명 규모의 화성 도시를 세우겠다고 공언하고, 나사가 달 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동안 이 책은 다른 질문부터 꺼낸다. 무중력에서 뼈와 근육은 얼마나 버티는지, 우주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지, 닫힌 거주지에서 인간의 마음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다.
출발점은 화성을 이상향으로 보는 통념에 대한 반박이다. 저자들은 2°C 더 따뜻해진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가겠다는 발상을 유독성 폐기물 매립지로 이사하는 일에 비유한다. 화성이 평균 영하 60도 안팎의 기온과 희박한 대기, 독성 토양을 지닌 장소라는 점도 함께 짚는다.
그래서 관심은 로켓보다 몸으로 옮겨간다. 방사선 차폐 재료가 오히려 피폭량을 늘릴 수 있고, 미소중력이 성장기 아동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장기 거주를 말하기엔 기초 데이터부터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거주 공간 구상도 낭만과 거리가 멀다. 달이나 화성의 도시는 지표면보다 동굴과 지하 공간을 먼저 검토해야 하고, 태양광 장비에는 유독성 레골리스가 들러붙어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화장실과 텃밭, 채광과 건물 구조, 먼지 관리 같은 생활 기반 시설이 모두 생존의 조건으로 이어진다. 책은 이런 사안을 1부와 3부 곳곳에 배치해 우주 정착의 현실 비용을 드러낸다.
목차의 흐름도 그 방향을 따른다. 1부는 무중력과 출산, 정신 건강을 다루고 2부와 3부는 달과 화성의 입지, 주거, 식량, 에너지 문제로 이동해 인간이 버틸 환경을 하나씩 따진다.
책의 시선은 생물학에서 경제성으로 넓어진다. 2040년 우주 산업 시장이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달의 헬륨-3를 미래 에너지원으로 쓰려면 흙 150톤을 처리해 1g을 얻어야 하는 현실을 함께 제시한다.
소행성 채굴과 우주 태양광 발전, 회전형 거대 우주정거장 같은 구상도 같은 방식으로 검토한다. 거대한 산업 서사보다 비용 대비 수익과 실제 구현 가능성을 먼저 따져 묻는 태도가 이 책의 중심축이다.
법과 제도 문제는 더 불안정하다. 달의 땅을 누가 가질 수 있는지, 행성 자원은 누구의 것인지, 민간 기업이 화성에서 분쟁을 일으키면 어느 국가가 책임지는지 같은 질문은 냉전 시기에 짜인 우주법 틀 안에서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저자들은 우주가 인간의 욕망과 경쟁심을 씻어내는 장소가 아니라고 본다. 장기간 거주 가능한 지역이 제한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민간 기업이 먼저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장면은 남극과 심해를 둘러싼 현실과도 겹친다.
그래서 후반부는 전쟁과 정치의 문제로 이어진다. '달 뒤의 군대와 정치인들', '달은 누구의 소유가 될까?', '누가 달 협정을 살해했나' 같은 장 제목은 기술 낙관이 가린 권력의 문제를 전면에 끌어낸다.
결론도 서두르지 않는다. 우주 정착을 지금 당장 밀어붙여야 할 시급한 이유는 없으며, 국가 경쟁이나 단기 수익보다 수백 년 단위의년 단위의 장기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판단이 책 전체를 묶는다.
잭 와이너스미스는 과학 만화가로, 켈리 와이너스미스는 라이스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활동해온 부부 연구팀이다. 두 사람은 4년 동안 의학, 생태학, 경제, 법, 정치, 전쟁의 영역을 넘나들며 화성 정착 안내서 대신 우주 회의론에 가까운 점검서를 내놓았다.
△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잭 와이너스미스·켈리 와이너스미스 지음/ 지웅배 옮김/ 6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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