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대신 공장 갔지만, 교복이 부럽진 않아"…'헬로카봇' 최신규 이야기
[신간] '꿈꾸는 불사조'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만화 '꿈꾸는 불사조'는 골목에서 팽이를 돌리던 소년이 학교 대신 일터로 내몰린 자리에서 어떻게 장난감의 꿈을 붙드는지 따라간다. 저자 최신규는 자신의 성장기와 한국 완구·애니메이션 산업의 출발선을 겹치며 결핍과 재도전의 과정을 만화 서사로 압축한다.
이 만화의 출발점은 주인공 신규가 전부처럼 여긴 팽이 '피닉스'를 잃는 장면이다. 덩치 큰 팽이 '떡판'과의 대결 끝에 산산조각 난 피닉스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이후 삶을 밀어붙이는 상실의 기억으로 남는다.
이후 서사는 또래와 어긋난 성장의 시간을 따라간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 가지 못하고 엄마 손을 잡고 행상에 나서며, 또래가 중학교에 갈 무렵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일상이 이어진다.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연히 접한 장난감 끈끈이를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으로 놓는다. 골목에서 키운 놀이 감각이 생계의 자리와 맞물리면서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만들겠다는 꿈이 구체적인 방향을 찾는다.
1권의 서사는 한 소년의 성장기에 머물지 않는다. 무독성 '끈끈이' 개발과 '팝콘'의 히트, 회사명 '손오공'의 탄생 비화, 일본 완구업체와의 기술 경쟁, 변신 로봇과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탑블레이드'로 이어지는 흐름까지 한국형 콘텐츠가 만들어진 현장을 함께 엮는다.
그래서 책이 붙드는 핵심은 성공담보다 생존의 기록에 가깝다. 고된 노동과 차별, 억울한 누명으로 무너진 뒤에도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앞세우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어떤 산업의 밑바탕이 됐는지 보여준다.
직접 그림을 맡은 전세훈은 이 산업 서사를 청소년 만화의 호흡으로 옮긴다. 속도감 있는 연출과 감정선이 더해지면서 완구와 애니메이션의 개척사가 거대한 설명보다 장면 중심의 성장 드라마로 읽힌다.
원작자인 최신규는 '라젠카', '헬로카봇', '터닝메카드' 등 한국형 로봇 완구와 애니메이션 시장을 개척해온 1세대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40여 년간 완구·애니메이션 산업을 이끌어온 이력과 2025 문화예술발전유공자 훈장은 이 만화가 자전적 동력 위에서 쓰였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 '꿈꾸는 불사조 1'/ 최신규 원저·전세훈 그림/ 208쪽
art@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