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카플란 "질서는 자유보다 우선"…초연결 시대의 파국 시나리오
[신간] '질서의 종말'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질서의 종말'은 전쟁과 기후 변화, 미·중 패권 경쟁, 급격한 기술 발전이 뒤엉킨 시대를 세계대전 전야의 위기와 겹쳐 본다. 저자 로버트 D. 카플란은 초연결 세계의 무질서가 독재와 극단주의가 파고들 공백을 키운다고 짚는다.
한 지역의 충돌이 곧바로 전 지구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미·중 대치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같은 국지적 사건이 세계화의 연결망을 타고 연쇄 위기로 번진다는 문제의식을 전면에 놓는다. 저자는 이런 시대를 '거대한 바이마르'로 부르며 질서를 조율할 정치적 중심이 약해졌다고 본다.
1장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이 오래 지속된 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되짚는다. 비극을 피하려면 비극을 예상하는 사고가 필요했지만, 당시의 낙관은 오히려 재앙을 불렀다는 판단이다. 책은 오늘의 국제사회도 비슷한 안일함 속에서 질서 붕괴의 징후를 놓치고 있다고 본다.
2장은 강대국 쇠퇴를 각기 다른 결로 추적한다. 미국은 정치 양극화와 인종 갈등, 문화 기준의 혼란 같은 질적 저하를 겪고, 러시아는 더 근본적인 문명적 쇠퇴를 드러낸다고 정리한다. 독재 체제에서는 불편한 사실이 지도자에게 닿기 어려워 위기 대응 자체가 더 불안정해진다는 점도 함께 짚는다.
3장은 군중과 혼돈을 다룬다.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영상의 시대가 군중 심리를 증폭시키고, 열정보다 냉정한 분석이 밀려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기 검열이 전체주의의 초석이 된다는 경고도 이 대목에서 나온다.
책은 세계가 작아질수록 각 장소의 전략적 가치는 더 커진다고 본다. 대만과 남중국해, 중동, 인도와 파키스탄, 한반도, 나일강 유역까지 여러 분쟁 지점을 한 지도로 묶어 보여주며, 어느 한 지역의 위기도 고립돼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연결성은 효율만 키운 것이 아니라 위기의 동시 확산 속도도 함께 높였다는 진단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철학과 정치, 역사와 문학을 가로지르며 질서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제목의 배경으로 놓고, 솔제니친과 진 커크패트릭, 윈스턴 처칠의 통찰을 끌어와 정통성과 권위가 무너진 자리를 무엇이 메우는지 살핀다. 자유와 정의도 질서가 있어야 성립한다는 주장이 책의 중심축이다.
로버트 D. 카플란은 국제 분쟁 지역을 오래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외교정책연구소의 로버트 스트라우스-후페 지정학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했고, 30년 동안 '디 애틀랜틱'에 국제 문제를 기고했다.
△ '질서의 종말'/ 로버트 D. 카플란 지음/ 이영래 옮김/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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