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일 연애의 마침표…교문 앞에서 일규가 사라진 이후
[신간] '너와 헤어지려 해'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너와 헤어지려 해'는 먼저 이별을 말한 뒤 더 깊어진 상실감을 따라가며 청소년기의 사랑과 불신, 미련이 남는 시간을 정면으로 짚는다. 김선희는 1802일의 연애를 끝낸 예진의 흔들림을 따라가며 잘 사랑하는 일만큼 잘 헤어지는 일도 배워야 한다는 질문을 밀어붙인다.
예진은 상처를 덜 받으려 먼저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먹지만, 이별 뒤에 남는 감정은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늘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일규의 부재와 일상 곳곳에 밴 흔적이 남으면서 먼저 돌아선 사람에게도 미련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역설이 서사의 출발점이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 맞지 않던 예진과 일규는 어느새 5년을 함께 보냈다. 여름을 좋아하는 일규와 겨울을 좋아하는 예진, 맵찔이인 일규와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예진이라는 대비가 이어지지만, 오래 이어진 시간은 오히려 헤어짐을 더 단순하게 정리하지 못하게 만든다.
예진은 더는 설레지 않고 지겨워졌다는 마음을 확인한 뒤 이별을 말한다. 그러나 관계를 먼저 끊어낸 뒤에도 세상은 쉽게 정리되지 않고, 하루아침에 무채색으로 바뀐 듯한 감각만 남는다.
소설은 이 감정을 단순한 실연의 상처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다정한 사람을 오직 자신에게만 특별한 사람으로 붙들고 싶었던 마음, 상처받기 싫어 먼저 방어벽을 쌓았던 태도가 두 사람을 멀어지게 했다는 깨달음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예진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에 기대지 않는다. 아픔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뎌질 뿐이라고 여기는 태도는 이별 뒤의 시간을 견디는 방식이자, 지금의 고통을 피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유기 동물 보호센터 '따숨'과 덕례 씨의 존재가 길잡이처럼 놓인다. 하나의 세계가 무너져야 새로운 힘이 자란다는 말처럼, 예진은 일규로 가득했던 일상을 조금씩 비워 내며 자신이 붙들고 있던 감정의 결을 다시 들여다본다.
절친 해리의 사정도 이별 서사를 넓힌다. 진짜 사람 대신 결말이 정해진 웹툰 캐릭터를 짝사랑하는 해리를 통해 예진은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는 법과 믿음의 부재가 관계를 어떻게 비틀어 놓는지 함께 배워 간다.
김선희는 동화 '흐린 후 차차 갬', '여우비', '귓속말 금지 구역'과 청소년소설 '더 빨강', '열여덟 소울', '1의 들러리' 등을 써 왔고 사계절문학상과 살림YA문학상을 받았다. '달콤한 숲' 다섯 번째 책인 이 작품은 사랑의 실패보다 헤어짐 이후에 남는 감정의 정리를 앞세우며, 첫 이별을 통과하는 청소년에게 관계를 끝내는 일 또한 성장의 일부라는 질문을 남긴다.
△ '너와 헤어지려 해'/ 김선희 지음/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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