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부터 빨간 마스크까지…한국사에 나오는 괴물 만나는 시간여행

[신간] '우리 역사 속 괴물 이야기'

'우리 역사 속 괴물 이야기'는 영노, 구미호, 도깨비, 장산범, 빨간 마스크까지 우리 설화와 기록에 남은 괴물 50가지를 따라가며 한국사의 낯선 장면과 사람들의 감정을 함께 짚는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우리 역사 속 괴물 이야기'는 영노, 구미호, 도깨비, 장산범, 빨간 마스크까지 우리 설화와 기록에 남은 괴물 50가지를 따라가며 한국사의 낯선 장면과 사람들의 감정을 함께 짚는다.

저자 스토리글리프는 시간 여행자 하랑과 검은 고양이 까미의 모험, 그리고 각 장 끝의 '하랑의 실록 메모'를 엮어 선사시대부터 근현대 도시 전설까지를 청소년 역사 팩션으로 풀어냈다.

이 책의 중심에는 괴물보다 감정이 놓여 있다. 하랑과 까미는 50일 동안 시대를 넘나들며 괴물들의 뒤엉킨 마음을 풀고 감정 조각을 모은다. 괴물은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 원망, 외로움, 억울함이 남긴 흔적으로 각인된다.

괴물 50가지로 잇는 시대별 한국사

책의 구성은 선사시대·고조선부터 삼국, 고려, 조선 전기와 후기, 근현대까지를 6부로 나눈다. 시대 흐름을 따라 괴물을 배치해 설화집처럼 흩어 읽는 대신 한국사의 결을 따라가게 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에 50가지 존재를 촘촘히 넣어 한 권 안에서 시간의 폭을 넓혔다.

등장하는 존재의 폭도 넓다. 영노와 지하국대적, 상사뱀, 구미호, 처용의 역신, 달걀귀신, 두억시니, 저승사자, 장산범, 빨간 마스크, 업이 한 권에 모였다. 선사시대의 괴수에서 근현대 도시 전설까지 한 줄기로 묶어, 괴물의 얼굴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드러낸다.

각 장 말미의 '하랑의 실록 메모'는 이야기와 기록을 잇는 장치다. 괴물 이야기가 어떤 기록과 설화에서 나왔는지를 정리해 모험 서사와 역사 배경을 한 번 더 맞물리게 한다. 괴담과 역사 읽기를 따로 떼지 않고 함께 밀고 가는 구성이기도 하다.

하랑과 까미가 푸는 괴물의 사연

이야기 바깥의 설명보다 이야기 안의 장면이 먼저 앞선다. 양산 저수지의 가뭄과 강철이, 귀수산의 눈물에서 떠오른 '고독'의 감정 조각, 은빛 갑옷의 장군에 가까웠던 저승사자의 옛 모습 같은 대목이 대표적이다. 익숙한 괴물 이름을 다시 꺼내면서도 그것이 생겨난 시대의 불안과 기억을 붙여 놓는다.

도시 전설을 다루는 후반부도 같은 방식으로 펼친다. 홍콩할매귀신과 빨간 마스크는 낯선 존재가 아니라 상처와 두려움이 쌓여 만들어진 이야기로 다가온다. 하랑이 "이야기 고치는 사람의 역할은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헝클어진 마음을 풀어주는 것"임을 아는 대목은 이 책의 시선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스토리글리프는 '우리 역사 속 동물 이야기'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역사적 사실의 뼈대 위에 감정과 장면의 긴장을 더했고, 한 꼭지씩 짧은 완결감을 살렸다. 최기준이 감수를 맡았다.

이 책은 괴물을 앞세워 한국사를 가볍게 요약하지 않는다. 괴물이 왜 생겼고 옛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그 감정이 어떤 이야기로 남았는지를 따라가며 역사와 설화를 함께 읽게 한다.

△ '우리 역사 속 괴물 이야기'/ 스토리글리프 지음/ 297쪽

'우리 역사 속 괴물 이야기'는 영노, 구미호, 도깨비, 장산범, 빨간 마스크까지 우리 설화와 기록에 남은 괴물 50가지를 따라가며 한국사의 낯선 장면과 사람들의 감정을 함께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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