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은 왜 사라졌나…현존 최대 통일신라 금동불의 비밀

[신간]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은 두 손이 사라진 현존 최대 통일신라 금동불을 따라가며 약사여래 신앙과 제작 기술의 흔적을 함께 좇는다. 허형욱은 약 120년 전 흑백 사진과 최신 비파괴 X선 분석을 엮어 535킬로그램 불상에 남은 변화와 제작 역량을 짚는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은 두 손이 사라진 현존 최대 통일신라 금동불을 따라가며 약사여래 신앙과 제작 기술의 흔적을 함께 좇는다. 허형욱은 약 120년 전 흑백 사진과 최신 비파괴 X선 분석을 엮어 535킬로그램 불상에 남은 변화와 제작 역량을 짚는다.

머리에 난 둥근 구멍 하나와 몸체 뒤 네모 구멍 네 개, 사라진 두 손은 백률사 상을 마주한 관람객이 가장 먼저 붙드는 장면이다. 책은 "왜 손이 없지"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지금 남은 형상과 오래된 기록을 맞대며 이 불상의 이름, 성격, 제작 배경을 차례로 좁혀 간다.

1919년 촬영한 사진에는 지금과 다른 백률사 상의 표면과 장식이 남아 있다. 콧수염과 턱수염, 눈썹이 흰색으로 그려지고 노출된 부분을 뺀 몸체가 회칠된 모습은 오늘날 전시 상태와 뚜렷한 간격을 만든다.

책은 20세기 이후 축적된 사진을 따라가며 어느 시점에 칠이 벗겨졌는지, 나무 손이 언제 끼워졌고 또 왜 사라졌는지를 더듬는다. 손에 약그릇 같은 물건을 든 형태였다는 단서는 이 상이 오래전부터 약사여래로 인식됐을 가능성과 맞물린다.

몸체 뒷면 네모 구멍 옆에 적힌 '栢栗(백률)' 붉은 글씨도 놓치지 않는다. 책은 이 기록을 백률사 상의 이름을 붙잡는 핵심 단서로 다루면서, 절의 위치와 불상의 전래 맥락을 함께 정리한다.

높이 179.8센티미터, 무게 535킬로그램에 이르는 백률사 상은 작은 불상과는 다른 규모의 제작 역량을 요구했다. 책은 구리와 주석 같은 재료, 전문 설비, 숙련된 장인과 노동력이 한꺼번에 필요했다는 점을 통해 통일신라 최전성기의 경제력과 공예 기술을 비춘다.

주물 두께가 비교적 고르고 후대 보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허형욱은 중공식 실랍법과 틀잡이의 사용 흔적, 최신 비파괴 X선 분석에서 확인한 주조 성분을 함께 묶어 대형 금동불의 제작 방식을 설명한다.

불상의 조형도 세밀하게 읽어 낸다. 육계와 나발, 반쯤 뜬 눈, 입가의 미소, 겹쳐 입은 옷차림과 연속된 U자형 주름은 통일신라 불상 조형의 특징을 드러내고, 질병의 고통을 덜어 주는 약사여래 신앙이 왜 넓게 퍼졌는지도 이 형상 안에서 풀어낸다.

책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의 한 권으로, 관람객이 오래 머무는 유물을 전시 해설서 형식으로 다시 읽게 한다. 고려대 동양사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거친 허형욱은 박사 논문에서 다룬 약사여래 신앙 연구와 국립박물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백률사 상을 감상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종교와 기술, 시대 역량이 겹친 실물로 붙잡았다.

△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 허형욱 지음/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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