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넘칠수록 삶은 더 쉽게 흔들린다"… 소크라테스식 질문과 인지행동치료의 접점

[신간]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법'…조언 과잉의 시대, 내 판단을 다시 세우다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법'은 답이 넘칠수록 더 쉽게 흔들리는 시대의 판단을 소크라테스식 질문으로 다시 세운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법'은 답이 넘칠수록 더 쉽게 흔들리는 시대의 판단을 소크라테스식 질문으로 다시 세운다. 도널드 로버트슨은 조언 과잉과 불안, 분노, 선동의 문제를 고대 철학과 심리의 접점에서 풀며 독자를 답 찾기보다 사고 훈련으로 이끈다.

책은 인터넷 조언과 인플루언서가 넘치는 현실을 아테네의 소피스트와 겹쳐 놓는다. 남의 의견을 좇는 동안 참된 지식 대신 '지식처럼 보이는' 의견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다.

로버트슨은 소크라테스를 대리석 흉상 위 철학자가 아니라 혼란한 시대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생각을 흔들고 다시 세운 실천적 사상가로 복원한다. 소크라테스를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처럼 질문하고 의심하고 판단하는 훈련으로 독자를 끌고 간다.

"좋은 질문은,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을 바꾼다"

책은 특히 재판과 죽음의 장면을 앞세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끝내 붙잡을 것인지 거꾸로 묻는 방식이다. 돈을 얼마나 모았는지가 아니라 무엇에 썼는지를 따져보게 하며, 성공과 충만한 삶의 기준도 다시 묻게 한다.

이 흐름은 자연의 비밀보다 인간의 삶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소크라테스의 태도로 이어진다. 하늘의 이치를 오래 바라본다고 저절로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 제기다. 철학을 외부 세계의 비밀을 푸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삶을 다루는 기술로 되돌려 놓는다.

결정적 장면은 무지를 인정하는 문답이다.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사람이 오히려 섣부른 결정을 피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찾을 수 있다는 식이다. 메타인지가 단순한 공부 기술이 아니라 삶의 위험을 줄이는 판단의 기술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자기 문제보다 남의 문제를 더 현명하게 본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이솝 우화의 두 주머니 비유와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 사례를 끌어와, 인간이 타인의 허물에는 예민하고 자기 허물에는 둔감하다는 점을 짚는다. 내 마음과 거리를 두라는 주문도 여기서 나온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의 잘못을 평가할 때 표면적으로 드러난 행동과 결과만을 보고 인격적 결함이나 능력 부족으로 쉽게 단정 짓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동일한 실수를 자신이 저질렀을 때는 행동의 원인을 외부 환경이나 어쩔 수 없었던 상황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인지 능력을 실제보다 크게 과대평가하는 모순을 나타냈다.

이 책이 권하는 방식은 감정을 곧바로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일이다.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았을 때도 사실과 해석을 가르고, 지금 내가 알고 있는지 아니면 단정하고 있는지부터 따져 묻게 한다. 소크라테스식 문답을 현대의 메타인지 훈련으로 번역한 셈이다.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법'은 답이 넘칠수록 더 쉽게 흔들리는 시대의 판단을 소크라테스식 질문으로 다시 세운다.
"문제는 답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생각하는 법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감정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선명하다. 책은 쾌락과 고통을 단순히 좋고 나쁨으로 자르지 않고, 끝에 남는 결과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고 본다. 눈앞의 작은 위안을 좇다가 더 큰 대가를 치르는 방식이 어떻게 삶을 흐트러뜨리는지도 짚는다.

불안을 다루는 장에서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재앙으로 확정하는 습관을 겨눈다. 죽음을 삶 속 사건처럼 상상하며 미리 두려워하는 태도도 그 사례로 든다. 손에 잡히지 않는 가능성을 이미 확정된 실체처럼 받아들이는 사고를 멈춰 세우려는 것이다.

분노와 억울함의 장면도 비슷한 결을 보인다. 왜 화가 났는지만이 아니라 그 화를 왜 계속 키우는지 묻고, 복수심이 남기는 값을 따져보게 한다. 감정의 폭주를 멈추고 다시 판단할 자리를 만드는 질문이 여기서 반복된다.

책은 명언집이나 철학사 입문서에서 벗어난다. 아테네의 거리와 법정, 사랑과 우정, 전쟁과 재판의 장면을 따라가며 소크라테스의 질문이 어떻게 태어났고 왜 지금도 유효한지를 드라마처럼 엮는다. 그래서 불안, 관계, 선동, 자기합리화 같은 오늘의 문제와 더 빠르게 맞닿는다.

한국어판에 실린 특별 부록 '10가지 생각의 산파술'은 더 실용적이다. 감정이 치밀 때는 내 생각이 사실인지 해석인지부터 가려보게 하고, 미루고 싶은 순간에는 지금의 작은 위안 뒤에 남을 대가를 계산하게 한다. 익숙한 믿음에 예외를 들이대 생각을 흔드는 방식도 이 부록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책은 좋은 조언을 모아놓은 해설서보다 자기 삶에 바로 대입해 보는 훈련서에 가깝다. 소크라테스를 아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그가 지금도 가장 현실적인 철학자로 읽히는지를 몸으로 납득하게 만든다.

로버트슨은 20여 년 동안 스토아 철학을 연구하고 이를 인지행동치료에 적용해 왔다.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법'은 더 많은 답을 주기보다, 흔들리는 삶 앞에서 어떤 질문으로 자신을 다시 붙잡을 것인지를 묻는다.

△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법/ 도널드 로버트슨 지음/ 이민철 옮김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법'은 답이 넘칠수록 더 쉽게 흔들리는 시대의 판단을 소크라테스식 질문으로 다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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