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학 시대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당연한 것은 없어"
[신간] '당연한 것은 없어'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현직 교사 이고은의 '당연한 것은 없어'는 몸과 생태계를 둘러싼 익숙한 답을 다시 묻게 하는 청소년 생명과학 책이다. 염증, 지방, 산소, 포식 같은 낱말에 달라붙은 상식을 걷어내고, 생명을 정답보다 맥락으로 읽는 시선을 건넨다.
저자는 너무 잘 안다고 믿는 말들, 다시 말해서 모든 상식과 통념을 의심한다. 저자는 식물이 정말 가만히 있기만 하는지, 산소는 무조건 이로운지, 지방은 늘 해로운지 같은 물음을 다시 꺼낸다. 그러면서 생명과학을 암기 과목이 아니라 판단을 늦추는 훈련으로 바꿔 놓는다.
1부는 흔한 생물 상식을 뒤집는 장들로 묶였다. 염증을 단순한 이상 신호가 아니라 몸이 택한 대응으로 보고, 지방도 저장고에만 머무는 물질이 아니라 신체를 지키는 기능으로 살핀다. 산소 역시 생명을 떠받치면서 동시에 몸을 닳게 하는 양면성을 지닌 존재로 다뤄진다.
포식을 보는 눈도 다르다. 사자가 사냥한다고 해서 곧 악당이 되는 것은 아니며, 문제는 인간이 생태계가 감당할 범위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순환을 끊어 놓는 데 있다고 짚는다. 자연을 인간 감정의 선악 구도로만 읽지 말자는 제안이다.
2부는 예외와 변이를 통해 단정 짓는 습관을 흔든다. 모든 생물에 수컷과 암컷이 똑같이 작동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식물이 광합성을 수행하는 것도 아니며, 피의 색도 한 가지로 고정되지 않는다. 눈물 역시 감정 표현만을 뜻하지 않고, 성 또한 간단한 칸막이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3부에서 책은 인간 중심 시선까지 건드린다. 생명 현상에 반드시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는 태도, 진화를 위로 올라가는 서열도로 이해하는 습관, 다른 생물의 지능을 인간 잣대로 재단하는 오류를 차례로 걷어낸다. 물고기와 배설물, 부패를 다루는 장은 특히 인간이 붙여 온 가치판단의 틀을 정면으로 흔든다.
구성도 수업형이다. 각 장 끝에는 개념을 다시 확인하는 코너와 토론용 질문이 붙어 있다. 비만을 개인의 게으름으로만 볼 수 있는지, 특정 종을 보호하는 일이 언제 정당한지, 노화를 극복의 대상으로만 봐야 하는지 같은 물음이 뒤따른다. 읽고 끝나는 책보다 함께 말해 보게 하는 책에 가깝다.
이 책이 겨누는 독자는 청소년이지만, 문제의식은 교실 밖까지 뻗는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 통합과학 체계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저자는 세부 사실을 외우는 능력보다 서로 다른 현상을 연결해 보는 사고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은 정보보다 관점을 먼저 세운다.
저자 이고은은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와 대학원 농생명공학부를 거쳐 다시 생물교육을 공부했고, 지금은 경기도에서 중고등학교 생물을 가르친다. '생명과학 뉴스를 말씀드립니다'로 창비청소년도서상을 받았고, '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를 펴냈다.
△ 당연한 것은 없어/ 이고은 지음/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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