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짧게 일하고 더 많이 이뤄라…실험과 데이터로 살핀 '주 4일제 근무'

[신간] '주 4일제가 온다'…2021~2022년 영국 61개·북미 41개 기업 실험과 최신 사례
AI와 생산성, 번아웃, 성평등, 출산율까지 묶어 장시간 노동 체제를 다시 보다

'주 4일제가 온다'는 장시간 노동과 번아웃, 성별 격차를 줄이면서 생산성까지 높일 수 있는 주 4일 근무제의 현실성을 다룬 책이다. 조 오코너와 재러드 린드존은 대규모 실험과 최신 사례를 바탕으로 더 짧게 일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방법을 정리했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주 4일제가 온다'는 장시간 노동과 번아웃, 성별 격차를 줄이면서 생산성까지 높일 수 있는 주 4일 근무제의 현실성을 다룬 책이다. 조 오코너와 재러드 린드존은 대규모 실험과 최신 사례를 바탕으로 더 짧게 일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방법을 정리했다.

책은 주 4일제가 단순한 복지 구호가 아니라 기술 변화와 맞물린 생산성 재편의 문제라고 본다. 미국 경영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주 4일제로 근무하는 조직의 29%가 회사 운영에 AI를 폭넓게 사용한 반면, 주 5일제 조직은 8% 그쳤다고 전한다. AI를 쓰는 조직의 93%가 주 4일 근무제를 기꺼이 고려하겠다고 답한 대목도 함께 실었다.

저자들은 생산성 향상의 이익이 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지지 않았는지도 짚는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1948~1973년 생산성은 97%, 평균 시급은 91.3% 올랐지만 1973~2013년에는 생산성 74% 상승에도 평균 시급 상승은 9%에 그쳤다고 적는다. 기술은 빨라졌는데 노동자의 시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다.

1부 '왜 이제 더 짧게 일해야 하는가'는 이런 변화의 배경을 넓게 훑는다. 주 5일제가 굳어진 역사부터 AI와 주 4일제의 관계, 생산성 재정의, Z세대의 노동관까지 이어진다. 2025년 란스타드 조사에서 전 세계 근로자 2만6000명 중 83%가 급여보다 워라밸을 더 중시했다고 답한 대목은 세대 변화의 단면으로 제시된다.

한국 독자에게 특히 크게 다가올 대목도 따로 짚는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이 1900시간을 넘고, EU 평균 1571시간, 덴마크·독일 1347시간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들어 장시간 노동의 비용을 환기한다. 사우샘프턴대학교 연구진의 2025년 연구를 예로 들어, 부모 모두 원격근무가 가능한 맞벌이 가정에서 자녀가 아플 때 일하는 엄마의 53%가 결근하고 집에 머문다고 답한 반면 아빠는 5%에 그쳤다고 전한다.

2부 '주 4일제로 더 많은 것을 이룬 기업들'은 현장 사례를 전면에 세운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관행처럼 굳은 로펌, 24시간 대응이 필요한 마케팅 대행사, 외주 협력업체와 늘 함께 일하는 건축회사, 번아웃에 시달리는 IT 기업까지 업종별 전환 사례가 이어진다. 저자들은 주 4일제가 노동계의 요구만이 아니라 경영자들에게도 생산성과 채용 경쟁력을 높이는 선택지로 작동했다고 본다.

조 오코너는 "주 4일 근무제는 업무 강도를 억지로 높이거나, 무리한 마감 기한을 맞추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핵심은 더 짧은 시간 안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지 다시 설계하는 데 있다. 그는 "생산성을 20% 올릴 방법을 찾으면 금요일에 쉴 수 있습니다"라며, "시간을 인센티브로 삼을 때 조직 안에서 생산성 대화가 다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3부 '주 4일제 실천 매뉴얼'은 절차에 무게를 둔다. 고용주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데이터 제시, 동료 설득, 해결책 제시, 작은 발걸음부터 시작하기 같은 단계별 접근을 담았다. 조직 차원의 전환뿐 아니라 개인이 무엇부터 바꿔야 하는지도 함께 짚어, 주 4일제를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설계 문제로 다룬다.

조 오코너는 글로벌 컨설팅 기관 '워크 타임 레볼루션' CEO로 아일랜드 최초의 주 4일제 파일럿을 추진했고, 보스턴 칼리지·더블린 대학교 연구진과 영향 연구를 공동 설계했다. 재러드 린드존은 미래 노동을 오랫동안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다. 이들은 주 4일제를 둘러싼 논의를 찬반 구호가 아니라 실험, 데이터, 조직문화, 노동의 미래라는 축으로 다시 묶어 보여 준다.

△ 주 4일제가 온다/ 조 오코너·재러드 린드존 지음/ 구세희 옮김/ 260쪽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