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체 게바라' 신채호 "단 한 문장도 철회하지 않았다"

[신간] '나는 신채호다'

[신간] '나는 신채호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나라가 무너지는 순간, 지식인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말이 금지된 시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문장은 무엇인가?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 사상가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단재 신채호의 생애를 영웅 서사가 아닌 '선택과 책임'의 기록으로 복원한 전기적 에세이 '나는 신채호다'가 출간됐다.

저자는 신채호를 고정된 영웅상으로 세우지 않는다. 대신 그가 학자나 지식인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안락한 가능성들을 어떻게 하나씩 포기하며 글을 무기로 삼았는지에 주목한다. 이에 신채호의 삶을 영광의 연대기가 아닌 '포기의 목록'이자 '고독의 기록'으로 규정한다.

"우리는 어디까지 침묵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침묵과 책임의 문제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나라가 무너지는 순간 어디에 설 것인지, 말이 금지될 때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문장이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돌려준다.

이 질문은 신채호의 생애를 다시 보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신채호는 학자로 남을 수도 있었고 지식인으로 존중받을 수도 있었지만, 책은 그가 그 가능성을 버리고 글을 무기로 시대와 맞서는 길을 택했다고 본다. 그 선택의 무게를 찬양보다 질문의 형식으로 풀어가는 점이 특징이다.

서문에서 이동순은 신채호를 "늘 옳았던 사람이 아니라, 한 번 쓴 문장에 끝까지 책임진 사람"으로 규정한다. 그의 삶은 영광의 연대기보다 포기의 목록에, 성공의 서사보다 고독의 기록에 더 가까웠다고 본다. 감옥과 망명, 침묵과 단절 속에서도 자기 문장을 철회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책의 중심축을 이룬다.

구성은 10부로 짜였다. '나라가 죽었다' '글은 무기가 되었다' '나는 적을 보았다' '칼이 된 말' 같은 제목이 이어지며 신채호의 사유와 행동을 단계적으로 따라간다. 후반부에는 '유랑과 망명' '글로 제조한 폭탄 "조선혁명선언"' '내 문장은 횃불로 전해지리라' 등이 놓여 그의 삶을 더 압축적으로 묶는다.

저자는 신채호를 과거의 인물로만 가두지 않으려 한다. 정보와 의견이 넘치지만 선택의 순간에는 말을 아끼는 시대, 알고도 드러내지 않는 태도가 일상이 된 시대에 왜 지금 다시 신채호를 불러야 하는지를 정면에서 묻는다. 저자는 무지가 아니라 "유예된 태도"가 오늘의 문제라고 본다.

이 지점에서 신채호는 지식을 전달하는 인물보다 태도를 요구하는 인물로 호출된다. 기록은 과거를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현재를 겨누는 기준이었다는 설명, 침묵이 정말 중립인지 되묻는 문제의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신채호가 필요한 이유를 위대함보다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는 데서 찾는 셈이다.

이동순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와 문학평론에 당선됐고, 민족서사시 '홍범도'를 완간했으며 백석 시전집을 엮는 등 한국 근현대 인물과 문학사를 복원해왔다.

△ '나는 신채호다'/ 이동순 지음/ 일송북/ 272쪽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