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은 사과가 아니다"… 홍성호가 풀어낸 우리말 표현의 함정
[신간] '우리말 표현 수업'…말글의 품격과 문해력을 함께 다듬는 국어 안내서
"좋은 하루 되세요"는 맞을까… 매일 쓰는 말 다시 보는 국어 수업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우리말 표현 수업'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잘못된 언어 습관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품격 있는 우리말 사용법을 제시한다. "양해 말씀드립니다"나 "-시키다"의 남용처럼 흔히 범하는 오류를 구체적인 사례와 명쾌한 해설로 바로잡아 정확한 의사소통의 길을 안내한다.
책은 6장으로 짜였다. 상황에 맞게 골라 쓰는 말, 틀린 줄도 모르고 습관처럼 쓰는 말, 자주 쓰지만 매번 헷갈리는 말, 알아두면 교양이 되는 말, 사라지고 바뀌고 살아남은 말, 조금만 바꿔도 글이 좋아지는 말을 차례로 묶었다.
1장은 익숙해서 더 놓치기 쉬운 표현부터 건드린다. "좋은 하루 되세요"가 왜 어색한지, "양해 말씀드립니다" 대신 왜 "양해를 구합니다"라고 해야 하는지 논리와 쓰임을 함께 짚는다. 사과의 말로 흔히 쓰는 "유감입니다"가 책임을 흐릴 수 있다는 설명도 여기에 실렸다.
저자는 뜻을 잘못 알고 굳어진 말도 파고든다. 선거를 "대첩"이라 부르거나 단일 경기 1위를 "석권"이라 쓰는 관행을 바로잡는다. "주차시켰다" "입금시켰다"처럼 자신이 한 행동에 "-시키다"를 덧붙이는 습관도 날카롭게 비춘다.
2장과 3장에서는 일상어의 틈을 더 세밀하게 살핀다. "칠칠맞다"가 본래 칭찬이라는 점, "대막을 장식하다"가 혼종 표현이라는 점, "이로 인해"와 "이에 따라"가 논리적으로 다르게 쓰인다는 점을 예문으로 풀어낸다. 띄어쓰기와 기간 표현, 외래어의 한국어화도 함께 다룬다.
4장과 5장은 우리말의 바탕과 변화를 보여준다. "노숙인"의 "노"가 길이 아니라 이슬이라는 점, "환갑"과 "육순"의 차이, "님"과 "임"의 구분처럼 어원과 사회 변화를 아우른다. 차별어와 대체어, 신조어가 표준어로 살아남는 과정도 함께 짚는다.
6장은 문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실전 수업에 가깝다. 번역투 표현을 걷어내고, "가지다" 같은 두루뭉술한 서술어를 줄이며, 조사와 접속어를 다듬는 법을 제시한다. 홍성호는 프롤로그에서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며 힘 있고 세련된 언어는 물 흐르듯 읽혀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강점은 규범을 외우게 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기사와 메일, 대화에서 자주 마주치는 표현을 앞세워 왜 어색한지부터 설명한다. 뜻과 맥락, 독자 관점까지 함께 짚기 때문에 국어 지식서이면서 동시에 글쓰기 책으로도 읽힌다.
홍성호는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저널리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기사심사부장을 지냈고, 현재는 이투데이 여론독자부장이자 기사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우리말 표현 수업'/ 홍성호 지음/ 인플루엔셜/ 1만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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