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철학자가 '바보'와 '멍청이'를 구분하는 방법

[신간] '덜 멍청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철학'…생각을 거부하는 시대를 경고하다

[신간] '덜 멍청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철학'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노르웨이 철학자 라르스 스벤젠의 '덜 멍청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철학'은 멍청함을 지능의 결여가 아닌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도덕적 태도'로 새롭게 정의한다. 스스로 사고하기를 멈춘 '바보'와 편향된 논리에 갇힌 '멍청이' 등 다양한 어리석음의 유형을 해부하면서 우리 내면의 무지를 직시하게 한다.

스벤젠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세 갈래로 나눈다. 남의 말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바보', 사고 능력은 있지만 그릇된 판단에 갇힌 '멍청이', 둘이 결합한 '바보 멍청이'다. 그의 관심은 남을 손쉽게 낙인찍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유를 미루고 확신만 키우는 습관이 어떻게 굳어지는지 밝히는 데 있다.

초점은 바깥보다 안쪽에 먼저 맞춰진다. 저자는 누구에게나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멍청이는 결국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철학이 누군가 가르치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판단을 갈고닦는 훈련으로 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반부에서는 왜 사람이 생각을 멈추는지 차근차근 해부한다. 철학은 질문을 던질수록 더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는 지난한 작업이지만, 그 불편을 견디지 않으면 모방과 확신의 늪으로 쉽게 미끄러진다고 본다. 저자가 멍청함을 지적 능력보다 태도의 문제로 보는 이유도 이 대목에서 분명해진다.

중반부는 정치와 공론장으로 시선을 넓힌다. 책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보다 진영에 기대어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되는 상태를 더 경계한다. 이미 짜인 논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토론은 설득이 아니라 확신의 경쟁으로 바뀐다는 진단이다.

온라인 환경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다. 알고리즘이 보고 싶은 정보만 되돌려주는 반향실 속에서 사람들은 사실보다 감정과 느낌으로 세계를 재단하기 쉽다. 가짜 뉴스와 혐오의 확산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력의 후퇴로 읽는 시선이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책이 절망으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저자는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저자의 책을 열린 마음으로 읽으라고 권한다. 하이에크를 읽는 자유주의자라면 마르크스도 읽고, 마르크스주의자라면 하이에크를 읽으라는 제안은 사유의 근육을 기르는 실천법으로 제시된다.

라르스 스벤젠은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일상의 문제를 철학의 언어로 풀어온 대중 철학자다. '지루함의 철학', '외로움의 철학', '거짓말의 철학' 등으로 널리 알려졌고, 이번 책에서도 위트와 통찰을 앞세워 무거운 주제를 일상의 문장으로 끌어내린다.

△ 덜 멍청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철학/ 라르스 스벤젠 지음/ 염지선 옮김/ 프런티어/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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