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전 밤하늘은 신이자 달력이었다"…피라미드와 역법에 숨은 우주의 질서
[신간] '고대 이집트의 밤하늘'…도판 110장과 도표 15개로 복원한 이집트 천문학
천랑성·태양력·황도 12궁부터 세종 대의 '칠정산외편'까지…별 읽기의 계보 추적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고대 이집트의 밤하늘'은 인류 문명의 시원에서 태어난 이집트 천문학을 복원하며 피라미드 설계와 역법에 숨은 우주의 원리를 추적한다. 이집트 문헌학자 유성환 박사는 태양부터 토성까지 치밀하게 관찰한 기록과 메소포타미아·중국·조선으로 이어진 전파 과정을 안내하면서 고대의 별 읽기가 오늘의 천문학으로 이어지는 긴 계보를 보여준다.
저자는 밤하늘을 신화와 과학이 겹치는 장소로 읽는다. 해와 달, 별은 신의 표상이자 농경과 제의, 통치 질서를 떠받친 표지였다. 저자는 우주관과 달, 천랑성, 달력과 시간계측술을 축으로 삼아 하늘 관측이 삶의 기술로 바뀌는 과정을 좇는다.
결정적 순간은 천랑성과 나일강 범람의 결합이다. 이집트인은 시리우스가 다시 떠오르는 시기와 강의 범람이 맞물린다는 사실을 읽어냈고, 이를 생존의 신호이자 신성한 질서로 해석했다. 책은 이 지점에서 시간 개념과 달력의 탄생을 함께 설명한다.
역법과 시간계측술을 풀어내는 대목도 촘촘하다. 저자는 세계 최초의 태양력으로 꼽히는 상용력, 해시계와 물시계, 밤하늘의 별 흐름을 읽는 별시계까지 차례로 정리한다. 하늘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일이 곧 파종과 수확, 의례와 행정을 떠받친 실용 지식이었다는 점도 분명히 드러낸다.
중반부는 이집트 고유의 별자리와 행성 인식으로 나아간다. 피라미드의 구조와 배열, 신전 천장과 관 뚜껑에 새겨진 천문도, 오각성과 황도 12궁의 결합이 이어지며 고대인의 하늘이 구체적인 도상으로 살아난다. 외부에서 들어온 지식이 이집트식으로 변용되는 과정도 함께 짚는다.
후반부는 메소포타미아 천문학과의 만남, 헬레니즘 시대의 천문도, 동아시아로 이어지는 전파의 흐름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별자리 체계와 역법이 인도와 중국을 거쳐 조선 세종 대의 '칠정산외편'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보여주며, 고대 중근동의 지식사가 한반도 천문학과도 맞닿아 있음을 설명한다.
책의 장점은 난해한 고전 지식을 박물관식 설명에 가두지 않는 데 있다. 피라미드와 황금 마스크, 미라 같은 익숙한 상징을 넘어 문명의 정수가 천문학에 있었다는 관점을 밀어붙인다. 110여 장의 컬러 도판과 15개 도표도 이 흐름을 따라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고대 이집트를 신비의 유적이 아니라 사유의 체계로 다시 보게 만든다. 별을 읽던 오래된 시선이 시간과 권력, 의례와 과학을 함께 만들었다는 사실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 우리가 올려다보는 하늘도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 고대 이집트의 밤하늘/ 유성환 지음/ 휴머니스트/ 2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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