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소통하는 순간, 우리는 새가 된다"…68종을 담아낸 사진 1540장
[신간] '탐조, 담다'
논병아리부터 참수리까지 68종 조류 생태와 지역별 차이까지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탐조, 담다'는 지리학자 권동희가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누비며 사계절 새들의 역동적인 일상을 기록한 생태 에세이다.
그는 68종 새들의 생태 특징을 1540여 장의 사진과 함께 담아내고, 새와의 임계거리 확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자연과 공존하며 소통하는 탐조의 의미를 일깨운다.
책은 새를 단순히 예쁜 자연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 봄 23종, 여름 20종, 가을 8종, 겨울 17종을 계절 흐름에 따라 묶어 관찰 기록을 펼친다. 같은 종이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도 함께 짚어 탐조 현장의 감각을 살렸다.
저자는 분당 율동공원 산책로에서 새끼를 등에 태우고 다니는 논병아리를 보며 탐조의 세계로 들어섰다. 이후 남양주 팔당의 참수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탐조 생활을 시작했다. 한 종을 오래 따라가도 같은 장면이 반복되지 않는 역동성이 탐조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봄 장에는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참매, 따오기, 장다리물떼새가 등장한다. 여름 장에는 긴꼬리딱새, 팔색조, 큰유리새, 솔부엉이, 대륙검은지빠귀가 이어진다. 종별 특징과 행동 양식이 사진과 함께 맞물리며 새들의 생활사가 또렷하게 살아난다.
가을에는 물수리, 상모솔새, 넓적부리도요가 하늘과 갯벌을 가른다. 겨울에는 검독수리, 참수리, 뿔호반새, 홍방울새, 두루미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철새는 처음 발견되는 시기를, 텃새는 자주 보이는 계절을 고려해 배열한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는 새의 출현 시기와 시간도 구체로 밝혀 탐조 활동의 참고 자료로 삼게 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보이는 새들은 시계열로 정리해 지역별 차이도 비교하게 했다. 현장 기록과 생태 설명이 입문서와 자료집의 성격을 함께 띤다.
저자의 중심 철학은 임계거리다. 사람은 새를 더 가까이 보고 싶어 하지만, 새에게 그 거리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저자는 탐조의 전제조건으로 임계거리 확보를 내세우며, 결과물의 차이는 탐조자의 선택과 집중에서 나온다고 본다.
저자는 "새와 소통하는 순간, 우리는 새가 되고 새는 사람이 된다"고 썼다. 탐조가 단순한 관찰을 넘어 교감의 행위라는 뜻이다. 새에 대한 기본 지식과 탐조인들 사이의 소통 노력이 쌓일수록 현장 경험의 시간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권동희는 동국대 사범대학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국대 교수를 거쳐 현재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새를 찍는 법보다 새와 함께 거리를 지키며 자연을 읽는 법을 먼저 가르친다.
△ 탐조, 담다/ 권동희 지음/ 지성사/ 5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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