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4년에 한 번, 조례는 매일"…삶을 설계하는 문장들

[신간] '서울시의원 아무나 하나'

'서울시의원 아무나 하나' (피터앤파트너스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우리는 매일 서울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숨 쉰다. 지하철을 타고, 수도요금을 내며,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 일상이라 치부하는 이 모든 행위의 이면에는 도시의 작동 원리인 '조례'가 있다.

이 책은 무심코 지나쳤던 조례가 어떻게 시민의 삶을 흔드는 결정적 분기점이 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 기록이다.

저자 박상현은 한겨레신문 '서울&' 연재를 통해 서울시의회의 안을 낱낱이 파헤쳤다. 조례안 원문부터 심사 보고서, 회의록, 발의 의원과 공무원 인터뷰까지 그가 훑은 궤적은 방대하다. 책은 단순히 법조문을 나열하지 않는다. 학생인권조례가 사라지고,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이 문을 닫으며, TBS 설립 조례가 폐지되던 날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반대로 고령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전국 최초로 만들어진 조례처럼,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던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회의실 안에서의 거수와 표결이 교실과 병원, 가정으로 번져나가는 과정은 조례가 결코 '법령의 그림자'가 아님을 증명한다.

저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념의 대립 속에서 숫자로 밀어붙이는 표결, 공천 논란과 자질 문제 등 시의회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저자는 조례가 도시의 방향을 정하는 문장이자 시민의 권리를 규정하는 규범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단순한 정치 비평서가 아니다. 4년에 한 번 투표장에 가는 유권자들에게, 우리가 뽑은 이들이 매일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감시하라고 독려하는 '질문서'에 가깝다. 조례는 멀리 있지 않다. 당신이 오늘 받은 전자영수증 한 장에도 조례의 숨결이 닿아 있다.

△ 서울시의원 아무나 하나/ 박상현 글/ 피터앤파트너스/ 1만 7000원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