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의 바이라인을 내려놓고 마주한 것들…"낙담은 단념 아냐"
[신간] '그저 하루치의 낙담'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그저 하루치의 낙담'은 전직 일간지 기자가 신문사를 떠난 뒤 7년의 세월을 거쳐 내놓은 첫 에세이다. 이 책에는 언론 현장을 떠난 이후 회한과 인간으로서의 비애, 시민으로서의 윤리가 교차하는 내면의 기록이 담겼다.
저자는 "세상을 나의 속도로 작지만 깊게, 천천히 오래 들여다보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17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기자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한 인간으로 돌아온 그는, 속보와 마감의 독촉이 사라진 시간 속에서 비로소 꿈과 슬픔, 실패 같은 삶의 화두들과 진지하게 마주하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언론이라는 '윤리 상품'이 지닌 모순"과 여전히 현장에서 분투하는 동료들에 대한 애틋함과 존경을 고백한다. 2부에선 개인의 슬픔과 상실을 응시하며, 감정을 디딤돌 삼아 더 현명해지는 과정을 그린다.
3부에서는 시선이 사회로 확장된다. 타인의 불행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묻고, 삶의 비참과 슬픔이 어떻게 공적인 고민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4부는 실패와 회한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는 인간의 고투에 집중하며, 결국 '나는 어떤 인간으로 남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닿는다.
저자는 퇴사 후 7년의 시간 동안 "나 자신에 대해,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내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나의 미래와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나는 자주 낙담했다"고 썼다. 그는 그러나 낙담은 단념이 아니라 여전히 삶과 세계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이 책은 하루치의 낙담을 한 뒤 다음 날이면 다시 하루치의 작은 기대를 품는 이들을 담담히 위로한다.
△ 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글/ 반비/ 1만 8800원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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