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와 야만 뒤에 숨겨진 진실…러시아 리얼리즘 회화의 재발견"
[신간] '우리가 몰랐던 러시아 그림 이야기'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통제와 권위주의, 최근 러-우 전쟁으로 덧씌워진 야만의 이미지 속, 러시아의 예술적 속살을 들여다본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김희은으로, 미술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다. 대한민국 유일의 러시아 그림 전문 갤러리 '까르찌나'를 운영하며 인기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 출연해 러시아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1000년 역사의 러시아 리얼리즘 회화와 화가를 중심으로 그들이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역사와 의미를 대표작들과 함께 조명한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러시아 풍속화다. 신화나 귀족만을 그리던 기존 화풍에서 벗어난 리얼리즘 풍속화는 세계 미술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알렉세이 베네치아노프는 천대받던 농민의 삶에 인간 존엄의 가치를 부여하며 예술가의 시선을 민중에게 돌리게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동파로 이어진다. 이반 크람스코이를 주축으로 한 인텔리겐지아 화가들은 부패에 저항하며 현실을 고발하는 사실주의 화풍을 내걸고, 1871년부터 러시아 전역을 순회하며 전시회를 열었다. 이는 미술계의 '브나로드'(민중 속으로) 운동으로, 그림의 주제와 향유 대상을 모두 민중에게로 향하게 한 독특한 예술 혁명이었다.
이들의 든든한 후원자는 대부호 파벨 트레챠코프였다. 그는 리얼리즘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자신의 집에 전시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러시아 최초의 미술관인 트레챠코프 미술관의 기반이 됐다.
러시아 사실주의 회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일리야 레핀은 중량감 있는 구성과 예리한 심리 묘사로 역사와 민중의 삶을 화폭에 담았다. '볼가강의 배 끄는 인부들',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이반' 등이 대표작이다.
이와 더불어 영하의 극한 추위가 낳은 독특한 감성, 러시아 리얼리즘 풍경화도 소개된다.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 이 장르는 현대까지도 세계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은 러시아 미술 역사를 바꾼 3대 그림으로 알렉산드르 이바노프의 '민중 앞에 나타난 그리스도', 러시아 최초의 상징주의를 개척한 미하일 브루벨의 '앉아 있는 악마', 그리고 현대미술의 전환점이 된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을 꼽으며 마무리된다.
△ 우리가 몰랐던 러시아 그림 이야기/ 김희은 글/ 자유문고/ 2만 5800원
acene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