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군인의 몸은 국가가 감춰야 할 파편일까"

포병장교에서 평화연대로… 귀머거리의 고백이 파고드는 한국형 '전쟁 인문학'
[신간] '나는 전쟁에 불복종한다'

[신간] '나는 전쟁에 불복종한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전직 포병장교 최우현이 군대와 전쟁, 국가 폭력의 실재를 몸으로 통과한 뒤 기록으로 증언한 '나는 전쟁에 불복종한다'를 펴냈다.

저자 최우현은 6년여간 포병장교로 복무했고, 전역 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일했다. 그 사이 청력의 70%를 잃고 보청기에 의존하는 삶을 산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귓속 이명이 맹렬히 울린다고 고백한다. 그 잔혹한 소음은 역설적으로 그를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꿈꿀 수밖에 없도록" 몰아넣었고, 그래서 그는 전쟁에 불복종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폭력이 숫자와 표로 환원되는 장면을 거부한다. 사망자 통계와 손실 계산의 냉정함이 현장을 지워버리는 메커니즘을 드러내며, 전투의 열광과 '강한 군인'이라는 파멸 모델의 허상을 벗긴다.

'사람을 죽여본 군인'이라는 문구가 영웅주의의 상징처럼 통용될 때 무엇이 잃히는가. 그는 전쟁신경증과 공황발작의 사례를 통해 전투가 병사의 신경계를 어떻게 점령하는지 보여주고, '겁쟁이'라는 낙인이 어떻게 살아남은 자를 다시 죽이는가를 추적한다.

전쟁은 언제나 '신의 무기' '비밀 병기'의 신화로 자기 정당화를 모은다. 그러나 저자가 보여주는 것은 잘린 손가락과 발, 기형의 신체, 몸에 새겨진 공포다. 군인의 몸은 국가가 기념할 수 있는 상징물이 되는가, 아니면 감춰야 할 파편인가. 그는 '고통에 감응하는 독법' 없이는 전쟁사의 문장들이 또 다른 둔감화를 낳을 뿐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한국군 특유의 '인간폭탄' 수사학이 무엇을 은폐해 왔는지, 누가 언제 어떻게 희생되었는지를 짚는다. '자발적 죽음'이라는 말은 얼마나 자주 강요의 은유였던가. 이 질문은 '명예 죽음' 신화의 기원을 되묻고, 그 신화가 어떻게 현재의 병영 문화와 온라인 군국주의 문화에 접속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자기 상처를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그 고통을 방패로 쓰지 않는다. "여전히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정직함이 독자의 방어기제를 낮춘다. 아울러 전쟁 인문학의 스펙트럼. 전쟁사·문학·비평·다크투어가 교차하는 서술은 '현장 없는 교훈'을 거부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적 맥락을 복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학살과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태평양전쟁 조선인 병사의 희생, 베트남전 참전 증언이 한 자리에 놓인다. 각 사례는 '국가·군대·엘리트'의 언어가 어떻게 폭력을 감추는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 나는 전쟁에 불복종한다/ 최우현 지음/ 돌베개/ 2만 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