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 서경석 "'한국사 이야기꾼'으로 소통하고 싶어요" [책과 사람]
"두 차례 역사 프로그램 진행하며 우리 역사 스토리텔링에 관심"
'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 출간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육사 수석 입학에 서울대를 졸업한 코미디언 서경석은 늘 새로운 배움에 도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경석은 올 초에는 방송인 최초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만점까지 받았다. 이런 서경석이 이번에는 한국사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경쾌하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이 책의 흥미로운 내레이션 방식은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출간한 '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은 공개 직후부터 온라인 서점 3개 사에서 역사 부문 6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교양 역사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경석의 책은 특히 재밌고 쉬운 설명과 독특한 암기 코드로 시선을 끈다. 그가 우리 역사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게 된 계기와 '한국사 이야기꾼'으로 활동을 더욱 넓혀가고자 하는 꿈을 밝혔다.
-방송인이 '역사 이야기꾼'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어릴 때부터 역사 과목, 특히 한국사를 참 좋아했다. 그것이 가장 오래된 계기다. 그러다 방송 생활을 하면서 흐지부지됐는데, 묘하게도 두 번이나 역사 관련 프로그램(MBC '위대한 유산 74434', KBS '천상의 컬렉션')을 진행하게 됐다. 그러면서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고, 더 나아가 우리 역사를 나만의 스타일로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싶은 꿈을 꾸게 됐다.
-방송에서 역사 프로그램을 다루며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MBC의 '위대한 유산 74434'(빼앗긴 문화재의 숫자임)를 1년 반 진행하면서 한국사에 대한 애착이 더욱 커졌다. 당시 국민 모금을 통해 임진왜란 때 선조가 김시민 장군에게 내린 교서를 일본서 환수해 진주시에 기증한 일이 있다. 그 현장에서 정말 큰 보람을 느꼈다. 이후 KBS에서 '천상의 컬렉션'을 2년 넘게 진행할 때도 국가유산을 연구하며 큰 재미를 느꼈다. 이런 호기심과 경험들이 쌓여 한국사 책 출간까지 이어졌다.
-늘 배움에 도전하는 삶이 인상적인데, 한국사에 도전한 이유는.
▶누구나 그랬듯이 나 역시 학창 시절의 한국사 공부는 어쩔 수 없는 입시 위주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인 상태에서 다시 만난 한국사는 완전히 달랐다. 특히 내가 직접 겪었던 현대사를 공부할 때는 더욱 재미있었고, 그러다 보니 살아보지 않았던 삼국시대나 고려시대도 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한국사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역사를 알 경우 우리의 일상에서 좋은 점으로는 뭐가 있을까.
▶삶의 정서가 윤택해진다는 것이다. 가령, 역사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한국사를 제대로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흥미의 강도가 두세 배는 더 차이가 있다. 영화 '폭군의 셰프' 같은 작품을 볼 때도, 연산군을 '연희군'으로, 임숭재를 '임송재'로 표현한 것을 알면 더욱 몰입감이 커진다.
-현대사를 보니 매우 중립적이고 담백하게 정리했다는 느낌이다.
▶현대사 부분은 정말 힘들었다. 아직 시간의 세례를 덜 받았고, 다양하게 평가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저하게 팩트 위주로, 편향되지 않게 기술하려고 노력했다. 역사 전문가가 아닌, 역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쉽고 편안하게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목표였다. 따라서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은 절대 개입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뒀다.
-이 책의 백미는 역시 '한 줄 코드'인데, 학창 시절 공부 방식인가.
▶그렇다.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을 치를 때 시험장에서 거짓말처럼 그동안 공부한 것이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그때부터 예전 수험생 시절로 돌아가 나만의 암기 코드를 개발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것을 이 책에 살짝 담았다. 사실 책에 넣지 못한 한 줄 코드가 네다섯 배는 더 많다. 책이 너무 가벼워 보일까 봐 많이 포함하지는 못했다.
-'한 줄 코드' 외에 한자어를 풀어서 설명한 부분도 눈에 띄는데.
▶사실 그 부분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한자의 의미를 조금만 분석해 보면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알게 되는 부분이 꽤 많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한자 공부를 조금씩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자는 기대 이상으로 대단히 실용적인 문자다. 중국, 일본, 동남아로 여행을 가도 한자만 알면 현지인들과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하다.
-집필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어려움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본업과 작가 활동을 겸하다 보니 시간적인 부족함이 가장 힘들었다. 또, 개그맨이라는 직업 특성과 책의 차별화를 위해 한 줄 코드를 많이 넣고 싶었는데, 너무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집필 기간은 오롯이 6개월이 걸렸지만, 그 전에 1년 6개월의 한국사 공부 과정을 합치면 총 2년이 소요된 듯하다.
-수많은 한국사 강의 중에서 서경석의 한국사가 가진 차별화된 매력은.
▶역사를 재미있고 편하게, 쉽게 전달하는 것이다. 다만, 전공자가 아니라는 핸디캡은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자세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한국사 깊이를 다지고 있다. 최종 목표는 지금 책처럼 전체 숲을 들여다보는 통사(通史)를 넘어, 개별 나무들, 그러니까 세세한 사건, 장면들을 잘 꾸며서 하나하나 풀어가는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 개인 채널이나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에 수록된 사건들의 선별 기준이 궁금하다.
▶한국사 능력 시험에 주로 언급되는 빈출 사건들 위주로 선별했다. 출제되지 않는다고 안 넣은 것은 아니지만, 웬만하면 출제되는 사건들은 반드시 다 넣으려 했다. 그래서 주로 정치적인 이야기 위주로 갔다. 그러다 보니 경제·사회·문화 부분이 상대적으로 조금 빠져있는 것은 아쉽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 한국사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분위기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타깝다. 물론 이해는 한다. 입시에서 한국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현재의 실수를 줄이고 미래의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사를 아는 것이다. 미력하나마 우리의 역사를 쉽고 편안하게 알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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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다채널의 뉴미디어 시대라지만, 책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존재입니다. 책은 전문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부터 각 분야 유명인사와 스타들 및 이웃들의 흥미로운 경험들을 기반으로 탄생합니다. [책과 사람]을 통해 각양각색의 도서들을 만들어낸 여러 저자 및 관계자를 직접 만나, 책은 물론 그들의 삶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