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빛 속에서 나의 오늘은 말라갑니다" [신간의 문장: 시]

문학동인 '공통점' 활동하는 조온윤 시인의 첫 시집 '햇볕 쬐기'
문태준 '아침은 생각한다', 문인수 '쉬!'

조온윤 '햇볕 쬐기' 문태준 '아침은 생각한다' 문인수 '쉬!' ⓒ 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월 마지막 주에는 조온윤 시인이 첫번째 시집 '햇볕 쬐기'를 펴냈고 중견시인 문태준이 여덟번째 시집을 펴냈다.

문학동네는 중견시인의 첫 시집을 새롭게 펴내는 복간 시집 시리즈 '문학동네포에지'로 최승자의 '연인들' 나희덕의 '그곳이 멀지 않다' 문인수의 '쉬!'를 연이어 선보였다.

조온윤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조 시인은 대학에서 같은 수업을 들은 인연으로 시 스터디를 시작했고 2017년 9월 독립출판물인 문학잡지 '공통점'을 펴낸 바 있다. 잡지명은 조 시인의 시 '공통점'에서 따왔다.

이 시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통점'을 지녔고 그걸 차이점이라고 부른다고 밝히면서 이처럼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차이점을 가졌지만 또 단 하나의 공통점으로 인해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희망하는 내용이다.

현재 문학동인 '공통점'(대표 신헤아림)은 조 시인을 비롯해 김현진, 김도경, 이서영, 김원경, 이기현, 김나연, 김병관 등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 햇볕 쬐기/ 조온윤 지음/ 창비/ 9000원

"왼손과 오른손을 똑같이 사랑합니다// 밥 먹는 법을 배운 건 오른손이 전부였으나/ 밥을 먹는 동안 조용히/ 무릎을 감싸고 있는 왼손에게도/ 식전의 기도는 중요합니다// 사교적인 사람들과 식사 자리에 둘러앉아/ 뙤약볕 같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도/ 침묵의 몫입니다// 혼자가 되어야 외롭지 않은 혼자가 있습니다." (묵시 일부)

"네모난 빛 속에서 나의 오늘은 말라갑니다/ 혼자서만 휴일을 맞는 내가/ 가여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외로움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언젠가는 월요일이 올까요// 나는 창세를 기다리는 풍경화입니다."(휴일 일부)

◇ 아침은 생각한다/ 문태준 지음/ 창비/ 9000원

간결한 언어로 유명한 문태준 시인이 여덟번째 시집을 창비시선 471호로 펴냈다.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그는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아침은 매일매일 생각한다/ 난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어선은 없는지를/ 조각달이 물러가기를 충분히 기다렸는지를/ 시간의 기관사 일을 잠시 내려놓고 아침은 생각한다."(아침은 말한다 일부)

"이 글을 쓰려니 나는 나를 서성인다. 바깥에 나갔더니 봄이 오기 전에 마지막일 눈이 내린다. 어두운 돌담에, 굳은 흙의 바탕에 하얀 얼굴의 눈송이가 내려앉아 있다. 눈발은 계속 겨울 밤하늘에서 서성인다. 나도 함께 한데에 있다. 그래, 깊은 계곡 같은 밤의 적막과 부서지기 쉬운, 서성이는 이 흰 울음을 잊지 말자. 2022년 2월 제주 애월읍 장전리에서."

◇ 쉬!/ 문인수 지음/ 문학동네/ 1만원

문학동네가 지난해 별세한 문인수 시인의 대표시집 '쉬!'를 포에지42권으로 다시 펴냈다. 문 시인은 동국대 국문과를 6개월만에 중퇴하고 마흔이 되어서야 등단했다. 그는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예사롭지 않은 삶의 의미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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