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外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뉴스1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염무웅 지음/ 창비/ 1만6000원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이 팔순을 맞아 출간한 산문집으로, 오늘날 문학을 둘러싼 현실에 대한 통찰과 사색을 담았다.

저자는 문학을 사회현실과의 긴밀한 연관 속에서 바라보아야 정당한 인식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 궁핍한 시대에 문학이 설 자리와 문학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현실 속 문학예술의 의미를 짚은 칼럼 성격의 산문을 2부에 실었고 3부에는 냉전, 분단, 통일, 북한 등 한반도 관련 연구한 국내외 저작들에 대한 독서칼럼을, 4부에는 분단극복을 위한 지난한 도정과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은 글을 실었다.

제목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는 독일의 저명한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이 한국 인터뷰어에게 "사회적 정치적 이상이 남김없이 실현된 낙원을 억지로 건설하려는 것은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라고 한 말에서 가져왔다.

저자는 소년 공산주의자인 비어만이 꿈꾸었던 이상적 공산주의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낙원에 대한 환상 때문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편에 서기 위해서 끊임없이 시를 쓰고 노래를 불렀다. 이념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옥으로 가는 열차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머리말에 썼다.

시인 조태일, 문학평론가 천이두, 소설가 이호철 등 가깝게 지낸 동료와 선배들에 대한 추억담이나 1970년 4월에 창간한 월간 '샘터'의 초대 편집장 시절 이야기, 어떻게 문학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 등 자전적 이야기도 1부에 담겼다.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날씨와 사랑'ⓒ 뉴스1

◇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엘리자 수아 뒤 사팽 지음/ 북레시피/ 1만3000원

한국인 어머니와 프라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프랑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그는 한국을 배경으로 쓴 첫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로 스위스의 문학상 '로베르트 발저 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소설 '파친코 구슬'에서 일본을 배경으로 삼았던 저자는 이번에는 러시아의 국경선 근처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무대로 장소를 옮겨왔다.

이곳에는 '러시안 바'라는 종목으로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열리는 국제 서커스 경연대회 출전을 준비 중인 전 트램펄린 챔피언 안나와 65세 안톤, 그의 젊은 파트너 니노가 있다. 이들의 의상 제작자로 합류한 나탈리가 화자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긴 널판 양 끝을 남자 두 명이 어깨로 받치고, 다른 한 명의 멤버가 그 널판 위에서 연기하는 묘기인 '러시안 바' 경연을 위해 이들은 3회전 공중 돌기 연속 4회를 연습한다. 서로에게 이방인인 이들은 의사소통도 어렵지만, 신뢰하지 않으면 자칫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위험한 훈련 속에서 점차 서로에게 익숙해진다.

작가는 프랑스 문예비평지 '리테라튀르'와의 인터뷰에서 모스크바에서 우연히 만난 '러시안 바' 트리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들이 구현한 '모험과 신뢰'의 관계가 결국 '인간관계'를 은유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늘 내 안에서 되풀이되는 것이지만, '소속'이라는 것, 한 존재가 하나의 그룹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리'라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 날씨와 사랑/ 장은진 지음/ 문학동네/ 1만3500원

2019년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장은진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로 사랑할 여력이 없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비가 오든 오지 않든 항상 우산을 쓴 채 생활하는 남자 '우산씨'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사막 같은 공장에서 청춘을 보낸 '해주'가 만나 서로에게 의지할 곳이 되어준다.

저자는 불행의 한 시절을 통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코 사라지지는 않지만 각자 자기 몫의 불행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