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교 교수 "동남아에 관심 없으면서 팔려고만…통상대국 길 멀어"
2년 만에 '국제무역의 정치경제와 법' 개정판 발간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서울시가 지난 19일 외국인노동자의 코로나19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철회했을 때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행정대학원 교수)은 "기쁜 마음보단 참담함이 앞섰다"고 했다.
서울대가 앞장서 시의 행정명령이 차별적이라고 지적해 이뤄낸 성과였다. 진정서를 작성해 인권위에도 제출했고 결국 철회를 이끌었다. 당연히 대중들에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의 댓글은 그의 생각과 정반대였다.
이달 말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그는 "서울대가 선제적으로 잘했다고 할 줄 알았는데 댓글이 무시무시했다"며 "이게 우리의 현재 모습"이라고 아쉬워했다.
이는 구 교수가 최근 발간한 '국제무역의 정치경제와 법'(박영사) 개정판에 대해 이야기하다 나온 말이었다. 그는 급변하는 세계무역 환경에서 우리의 대응과 관련해 "이런 외국인 혐오, 인종적 편견을 안고 진정한 통상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지난 수년간 경제계 안팎에선 높은 무역의존도와 미중 무역 분쟁에서 오는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무역 교역 상대국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정부가 공을 들여온 신남방정책이다. 이는 특히 한국 전체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지만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구 교수는 "너무 경제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남아 진출을 이야기하면서 동남아에서 일하는 사람을 모르고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그들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과 이야기해보면 '우리가 돈벌이 대상이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무역 문제를 안보 문제와 연계하는 지금의 추세를 생각하며 이는 더 절실한 과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데다 내수 시장이 작은 한국은 강대국의 무역 보복에 버틸 맷집이 그리 강하지 않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나 2019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가) 제외 같은 일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구 교수가 2년 만에 '국제무역의 정치경제와 법'을 다시 낸 데에는 이같은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최강대국인 미국에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였던 트럼프 정부가 물러나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제 무역환경은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로 디지털 무역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새로운 기회도 열렸다.
구 교수는 "우리가 넋 놓고 바라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디지털 무역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당장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데 이를 보는 한국의 대응이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교역 상대국의 다변화,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 규범뿐 아니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같은 메가 FTA 적극 참여 등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 변화에 발맞춰 대학과 시민사회는 문화적인 차원에서 외국을 이해할 저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판에는 구 교수가 지적한 최근 2년간의 국제 무역 변화 상황이 추가됐다. 책의 원본이자 그의 스승인 최병선 서울대 명예교수가 1999년에 쓴 '무역정치경제론'의 틀은 그대로다. 다만 2019년 개정판에서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최 교수의 이름이 이번에는 빠졌다. 제자에게 더 큰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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