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사의 보석 같은 시인, 백석의 시를 올바른 판본으로 읽는다
[새책] '정본 백석 시집' 개정판
(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2007년 출간된 이래 백석 시의 가장 신뢰할 만한 정본으로 자리매김한 '정본 백석 시집'이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정본 백석 시집' 출간 이후로도 백석 시 해설서 '백석 시를 읽는다는 것'과 백석 시어 사전 '백석 시의 물명고', 백석의 수필과 소설을 정리, 해설한 '정본 백석 소설·수필' 등을 펴내며 백석의 작품에 대한 이해와 연구의 폭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해온 백석 연구의 권위자 고형진 교수는 그간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반영해 정본의 표기와 어휘 풀이를 더욱 정확하게 다듬고, 초판 출간 이후 새로 발견된 백석의 시 '머리카락'을 보태 더욱더 완전한 백석 시의 정본을 확립했다. '정본 백석 소설·수필'과 더불어 백석 문학세계의 전모를 온전한 형태로 갈무리한 귀중한 작업이다.
한국 현대시에 활발한 생명력을 불어넣은 보석 같은 시인이자 한국 현대시사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인 백석. 1980년대 뒤늦게 발굴되어 주목받은 후로 그의 시집과 전집이 여러 곳에서 출간됐지만, 고형진 교수가 펴낸 '정본 백석 시집'은 그중에서도 가장 믿을 만한 책으로 꼽힌다. 백석 시 연구에 쏟은 고형진 교수의 오랜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명실상부한 백석 시의 정본이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의 표준이 되는 판본인 정본(定本)을 확립하는 일은 곧 작품의 정확한 연구와 감상의 기초가 되는 까닭에 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특히 백석의 시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대로 백석의 시에서는 생소한 토속어가 무척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이것을 모두 현대 표준어로 바꾸면 시의 맛이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고형진 교수는 백석 시 원본의 언어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관련 연구들을 참조해 백석 시의 중요한 매력의 하나인 생소한 방언과 고어는 살리고 오탈자나 당시의 혼란한 맞춤법으로 인한 표기는 바로잡음으로써 백석 시를 온전한 모습으로 오늘날에 되살려낸다.
오랜 기간 백석 시를 연구해온 고형진 교수는 백석의 시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가 구사한 평안 방언의 어휘와 음운, 어법상의 특징을 깊이 연구하고, 당시 제정된 한글맞춤법 통일안의 내용과 그 정착 과정을 살피고, 나아가 당시 발표 지면의 편집 양식까지 세밀하게 살피는 등 백석 시 정본의 타당한 기준을 마련하는 데 각별한 공을 들였다. 책의 말미에 실린 '백석 시 원본의 언어와 표기법, 그리고 정본의 원칙'은 그 과정을 보여주는 상세한 해설로서 정본 작업에 대한 신뢰를 한층 높여준다.
정본의 토대가 되는 원본의 확정 작업도 '정본 백석 시집'의 엄밀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고형진 교수는 백석의 시가 실린 지면의 영인본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원본 잡지들을 일일이 찾아 살피고 서로 비교해 원본 판독의 정확성을 높였으며, 그럼에도 판별이 어려운 경우는 해당 잡지의 다른 활자와 대조해 원래 글자를 확인하는 등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정본 백석 시집'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백석 시에 무수히 등장하는 생소한 어휘들을 정확하게 풀이한 데 있다. 이를 위해 고형진 교수는 백석 시의 언어에 대한 기존의 연구뿐 아니라 백석의 시와 연관 있는 당시의 언어, 지리, 풍속, 역사 등에 관한 인접 분야의 방대한 자료를 참고해 백석이 사용한 시어의 의미를 확인하고, 이를 친절하고 간결하게 풀이해 백석의 풍요로운 언어밭에 오늘날의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한편, 고형진 교수는 지난해 10월 '정본 백석 소설·수필'도 펴낸 바 있다.
'정본 백석 소설·수필'은 '정본 백석 시집'과 마찬가지로 백석의 소설과 수필 작품의 원본 지면을 일일이 재검토하고 정확히 판독해 기존의 오류를 바로잡았으며, 이를 현재의 맞춤법에 맞추어 표기하되 백석 고유의 어휘와 표현을 살려 백석의 산문 작품이 지닌 문학적 향취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그리고 백석이 구사한 토속어나 조어 등을 자세히 풀이해 백석의 풍요로운 문학세계에 오늘날의 독자들이 한층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백석 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백석의 어휘와 표현적 특징에 정통한 고형진 교수의 그간의 연구 성과와 경험이 이 작업의 곳곳에 깊이 스며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덕분에 '정본 백석 소설·수필'은 백석의 소설과 수필 작품이 지닌 문학적 의의를 현재의 관점에서 정확하게 복원하여 옛 작품을 오늘날에 맞게 되살린 귀중한 작업으로 완성됐다.
백석(본명 백기행 白夔行)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다. 오산고보와 일본의 아오야마靑山학원을 졸업하고 조선일보 출판부에서 근무했다. 1930년 조선일보 현상문예에 소설 '그 모母와 아들'이 당선됐고, 1935년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定州城'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으며, 1936년 시집 '사슴'을 간행했다. 광복 후 고향에 머물다 1996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형진 교수는 고려대 국어교육과와 동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UC 버클리 객원교수를 지냈고, 현재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시인의 샘' '현대시의 서사지향성과 미적 구조' '또 하나의 실재' '백석 시 바로 읽기' '백석 시를 읽는다는 것' '백석 시의 물명고' 등이, 엮은 책으로 '정본 백석 소설·수필'이 있다. 2001년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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