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53년 노시인 김형영의 은은한 절창들…달관

[신간] 화살시편

화살시편ⓒ 뉴스1

(서울=뉴스1) 이영섭 기자 = 제목 '화살시편'은 기독교의 화살기도에서 나온 말이다. 간절한 심정에서 순간적으로 올리는 기도라는 원뜻을 빌려 화살시편은 간결한 짧은 시를 의미한다.

이 책 3부 화살시편의 간결한 단시들에는 작가의 번뜩이지만 웅숭깊은 직관이 흠씬 묻어 있다.

"아직도 모르겠다/ 태어난 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그걸 사람에게 물어보라고?"(화살시편 21-모르겠다 전문)

"헛것에 홀려/ 떠돌다/ 떠돌아 넘어져/ 돌아보니/ 어이쿠머니나,/ 천지사방이 여기였구나// 평생이 이 순간이구나"(화실시편 10-돌아보니 전문)

66년 등단해 53년간 시를 써온 작가 김형영(75)의 시세계는 직관의 힘과 성서적 상상력으로 튼튼하게 뒷받침되고 있지만 이번 시집에선 그런 힘과 상상력이 세월에 제대로 버무려져 달관으로 빛나고 있다.

"나뭇잎은 흥에 겨워 / 건들대는 거야. / 천성이 그래, / 사는게 즐거운 거지" ('건들대봐' 일부)

"좋은 시인의 시도 / 태어난 지 / 세이레쯤 된 / 아기 옹알이 같은 / 눈에 보이는 음악이어라" ('시' 일부)

삶과 시에 대한 시인의 농익은 생각이 줄지어 이어진다. 시집 맨 앞에 놓인 '시인의 말'은 또 다른 절구다.

"내 시는 모두 미완성의 완성이다.

쓰고 고치고, 또 고쳤는데도

내 시는 여전히 미완성 진행형이다.

'내가 만일 나 자신을 온전히 떠나'

세상과 만나는 시간이 오면

허공에 매달린 홍시 하나로도

하늘의 종을 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만일 나 자신을 온전히 떠나는 경지와 의미도 궁금하고 허공의 홍시 하나로도 하늘의 종을 칠수 있을 것 같다는 구절은 기막힌 비유다.

두고 두고 곱씹으며 읽어야 될 시들이 많은 시집이다.

◇화살시편 / 김형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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