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연작이 어찌 대붕의 뜻을 알리오

최진석의 ‘경계에 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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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 철학이란 무엇일까. 도대체 철학이란 무엇일까. 어떤 이는 ‘도대체 무엇을 연구하는지 알 수 없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또 어떤 이는 ‘누구나 아는 사실을 자기만 아는 척 하는 이가 철학자’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철학(哲學)을 한자 뜻대로 해석하면 ‘도리에 밝음을 배운다’인데 국어사전에는 첫 번째 뜻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인생관, 세계관 따위를 탐구하는 학문', 두 번째 뜻으로 '자기 자신의 경험 등에서 얻어진 세계관이나 인생관’이라고 돼 있다.

백발의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동양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교수는 교육방송(EBS)의 ‘노자 특강’에서 철학자와 철학을 우리 곁에 좀 더 가까이 끌고 와 도올 김용옥 선생마냥 ‘스타’가 됐다. 철학 강의로 청중의 마음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설득력은 ‘사람들에게 철학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통찰한 결과이다.

그의 그런 통찰은 생각에 갇히지 않고 끊임 없이 자신을 ‘경계’에 내던짐으로써 나왔다. 이를 감히 추측이 아닌 사실로 주장하는 것은 그의 산문집 ‘경계에 흐르다’의 행간에 그 사실들이 충분히 녹아 있어서다.

철학자가 말하는 ‘경계’는 나의 삶을 대해 온 생각, 가치관, 인식, 철학 등의 고정된 방식과 그 너머에 있는 깨달음의 신세계 사이에 낀 ‘스틱스(Styx) 강’이다. 그리스 신화의 이 강은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의 경계이지만 ‘과거의 나를 죽여야 새로운 내가 태어난다’는 명제가 참이라면 인문학적으로 매우 유효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이 철학자가 말하는 철학은 무엇일까. 철학은 ‘신으로부터 인간의 독립이다. 독립정신이다. 진리, 신념, 이념 같은 믿음으로부터 독립이다. 몸은 기존의 틀 속에 있어도 눈은 새로운 빛을 보는 것. 그 빛을 본 눈은 자신의 몸을 앞으로 기울게 만드는 것. 인간으로서의 탁월함이 등장하는 텃밭’이 철학이다.

그러므로 철학적이지 않은 이는 고인 물이고, 흐르지 않는 물은 썩기 마련이다. 우리가 부지런히 스스로를 경계에 흐르도록 내던져야 할 이유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 길'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그 어떤 위대함에 대한 느낌을 살짝 받는다.

철학자에 따르면 '절대자유'의 한계를 장자는 ‘대붕'(大鵬)으로 묘사했다. ‘연작(燕雀, 참새)이 어찌 대붕의 뜻을 알리오’의 그 대붕이다. 대붕은 원래 작은 물고기였다. 부단한 학습의 공력이 극한에 이른 찰나 과감하게 9만 리를 튀어 올라 대붕이 되었다. 한쪽에만 머물지 않고, 붙잡지 않고 경계를 흘러야 가능한 일인데 ‘대붕은 9만 리를 튀어 오르는 내내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고 한다.

철학자는 이어서 ‘친구를 기다리지 말라’고 한다. 친구를 버리라니 이 무슨 깜짝 놀랄 말인가. 그건 나를 동조하는 타인보다 앞서 ‘나를 진심으로 동조하는 내가 나의 가장 충실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철저하게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철학자는 ‘고도를 기다리듯’ 그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편안한 산문으로 ‘대단한’ 철학적 통찰에 이를 기회가 최진석의 첫 산문집인 이 책에 들어있다.

◇경계에 흐르다/ 최진석 지음/ 소나무/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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