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이면 다 읽어요"…'경장편' 소설이 뜬다

작가정신 중편시리즈 '소설향' 재출간
민음사 젊은작가 경장편 시리즈 '82년생 김지영' 등 인기

중편 한국문학 시리즈인 '소설향'의 특별판 ⓒ News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3시간만에 완독할 수 있는 원고지 500매 분량의 '경장편' 소설이 최근 잇달아 출간돼 눈길을 끈다. 경장편은 대개 300매선인 중편 소설보다는 길지만 1000매 분량의 장편 소설과 구분하기 위한 분류다.

25일 출판계에 따르면 출판사 작가정신은 1998년에 기획해 23권까지 냈던 중편시리즈인 ‘소설향(香)’에서 최윤의 '숲 속의 빈터', 백민석의 '죽은 올빼미 농장' 등을 특별판으로 개정해 다시 냈다.

다시 출간된 소설향의 뿌리는 1998년 외환위기 직후까지 올라간다. 독자들은 지갑이 얇아졌고 출판사는 종이값 등 제작비가 올라 곤란에 처했을때 작가정신은 원고지 300~400매 분량의 중편을 시리즈로 각권 5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다. "급변하는 시장에 중편이라는 소설장르가 잘 맞을 것 같다"며 중편시리즈를 적극 추천한 것은 고 이윤기 작가였다.

김종숙 작가정신 편집장은 "당시 이윤기 선생님이 책이 '소형화' '고급화'하는 추세를 포착해 이를 권했다"고 말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이윤기를 비롯해, 김채원, 이순원, 윤대녕, 배수아 등 유명 작가들이 신작을 발표했지만 '소설향'은 2006년 이승우의 ‘욕조가 놓인 방’을 마지막으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김종숙 편집장은 "한국문학을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기존의 23편 중에서 최윤, 정영문, 함정임, 이응준, 백민석 작가의 책을 특별판으로 내고 이후 나오는 작가들의 신작으로 소설향 시리즈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특별판은 표지도 바꾸고 작가들이 원고를 다듬었을 뿐 아니라 백민석 작가의 경우는 내용도 대폭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작가정신에 앞서 민음사는 2013년부터 젊은 작가들의 경장편을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등을 '히트'시키기도 했다. 장편처럼 지루하지도, 단편처럼 아쉽지도 않게 딱 적당한 분량에서 젊은이를 둘러싼 사회 현상을 담아낸 것이다.

2009년 김이설 작가의 경장편 '나쁜 피'를 출간하며 경장편 출간을 시도한 민음사는 2013년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 첫 책으로 조해진의 '아무도 보지못한 숲'을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경장편을 내기 시작했다. 이 시리즈에 포함된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각각 3만5000부, 8만3000부 판매됐다.

한 문학계 인사는 "그간 경장편소설은 작가들이 썼더라도 좀 더 늘려 장편으로 바꾸거나 성격이 맞지 않는 단편집에 억지로 끼워넣거나 하는 장르였다"며 경장편이 제대로 평가받게 된 추세를 반가워했다.

출판계에선 독자들이 단순히 커피 한잔 정도의 싼 가격과 부담없이 읽고 끝낼 수 있는 분량때문에 중편이나 경장편을 찾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부터 '노벨라 시리즈'라는 경장편 시리즈를 낸 은행나무의 이진희 주간은 "윤흥길의 '장마', 이청준의 '이어도',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중편소설에 문제작들이 많다"며 "단순히 짧다고 해서 독자들이 찾는 게 아니다. 중편에 적합한 서사와 시류에 맞는 출판사의 기획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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