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우유 속에는 벌레가 네마리?…생활 속 미술 담은 책 3선

염료·민화·의학에 얽힌 미술 이야기

선인장에 붙어 있는 벌레인 코쿠스 칵티를 채집하는 멕시코인. 18세기 말 그림.(창비제공)ⓒ News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인류가 자연 속에서 염료를 얻기 위해서는 벌레 수만 마리를 잡거나 금만큼 비싼 보석을 빻아 써야 했다. 고운 색깔을 향한 집념은 전쟁까지 불사할 정도였다. 그 염료를 이용한 그림 속에 꽃은 만발하고, 단청은 푸르고, 왕은 위엄에 찼다.

최근 출간된 책 '문명을 담은 팔레트'(창비) '민화, 색을 품다'(나무를심는사람들) '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생각정거장)는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미술 이야기를 각각 염료, 민화, 의학의 측면에서 풀어내 흥미롭다.

예를 들어 '문명을…'에 따르면 염료를 얻기 위해 광석이나 동식물을 물론 독성물질까지 제조하며 인류는 사물에 색깔을 입혀왔다. '문명을…'은 책의 소장자를 나타내는 장서표 판화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고, 판화의 대중화에 힘써 온 판화가 남궁산이 색채의 기초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빨간색 염료를 얻기 위해서 유럽에서는 직물 10㎏당 벌레 케르메스 일리키스 14만 마리를 잡았다. 그후 남아메리카 선인장에 붙어사는 코쿠스 칵티 벌레를 잡아 말린 뒤 가루가 되도록 빻고 물이나 알코올로 걸러 코치닐이라는 염료를 만들어냈다. 이 염료는 딸기우유의 고운 분홍을 내는 데 한 팩당 4마리가 들어갔다. 에스파냐(스페인)는 코치닐 제조법을 18세기 후반부터 200년간 비밀을 지켰고 염료를 만들 수 있는 원료를 차지하기 위해 국가들은 전쟁도 불사했다.

빨간색 염료를 만드는 재료인 케르메스 일리키스(창비제공)ⓒ News1
보라색 옷을 입은 예수 모자이크. 산 비탈레 성당(창비 제공)ⓒ News1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애지중지하며 아껴쓰던 울트라마린(군청색) 염료는 청금석이라는 준보석을 갈아서 만들었다. 노랑과 초록색 등은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었는데 1775년 스웨덴 화학자 칼 빌헬름 셸레는 비소와 구리로 실험을 하다 초록색 안료를 발견하고 이를 '셸레 그린'이라고 이름붙인다. 하지만 셸레 그린으로 그린 그림과 벽지가 습기와 만나면 비소가스가 피어나 세잔과 모네 등 많은 화가들이 비소에 중독되어 고통스러운 말년을 보냈다.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나오는 민화들의 실제 작가인 오순경의 책 '민화, 색을 품다'는 우리 생활 속 민화 한 점 한 점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쉽고 친근하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의 대표 작품 80여 점은 물론, 조선 최고의 화가 정선의 '금강산도'와 정조 임금이 그린 '파초도' 등 전통 회화 30여 점을 비롯한 110여 점의 작품을 실어 민화의 세계에 푹 젖어들 수 있다.

'모견도'.오순경 그림.(나무를심는 사람들 제공)ⓒ News1
'춘화'. 오순경 그림.(나무를심는 사람들 제공)ⓒ News1

책은 색, 마음, 공간, 이야기라는 4개의 키워드로 작품에 대한 설명과 작가의 경험, 민화 감상에 필요한 지식을 풀어낸다. 1부 ‘색’에서는 한국의 전통 채색화로서 민화와 채색법을 소개했고, 2부 ‘마음’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마음과 그림을 보는 감상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을 보여 준다. 3부 ‘공간’에서는 일상 공간 속에서 우리의 삶과 어우러지는 민화를 소개하고, 마지막 4부에서는 민화의 최강점인 스토리텔링 기능을 소개했다.

'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는 동서고금의 삽화나 그림을 통해 의학의 발달을 알아본 책이다. 2013년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로 은퇴한 뒤로 현재 대전 선병원에서 정형외과장과 국제의료원장으로 근무하는 이승구 박사는 고대 벽화, 파피루스 조각, 중세 필사본, 근대 명화, 의학 교과서의 삽화들을 통해 오랜 세월 의학이 저지른 실수와 그 극복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21세기 최첨단 의학이 존재하기까지의 돌팔이 이발사들의 잔인한 외과 수술, 수혈이나 지혈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 그리고 그것을 줄이려는 의료진의 노력을 담은 독특한 시도는 보는 즐거움과 함께 그림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갖게 해준다.

'개와 인간 간의 수혈'. 작가미상.(생각정거장 제공)ⓒ News1
'우두 또는 새로운 접종의 놀라운 결과'. 1800년 영국의 한 신문 삽화.(생각정거장 제공)ⓒ News1
'두개골 복합골절을 치료하는 수술'. 두개골 수술과정을 그린 14세기 초반 그림.(생각정거장 제공)ⓒ News1

ungaun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