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삼각김밥 같은 게 우리집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인터뷰] 제주도에 국내 최초 삼각형 집 '시선재' 지은 서현 교수

제주도의 삼각형 집 '시선재' 전경ⓒ 박영채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설과 추석 이틀을 제외하고는 쉬는 날 없이 20년간 일해온 부부가 ‘제 자신에게 선물로 줄 집을 짓고 싶습니다’라는 애틋한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수신인은 한양대 건축학부의 서현 교수였다.

‘아름다운 제주 건축 7선’에 선정된 건물인 서 교수의 ‘해심헌’을 눈여겨보았던 부부는 평생 수고한 자신들에게 줄 선물이 될 집 설계를 부탁하며 ‘길에서 눈에 확 띄는 집’이라는 단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화답해 서 교수는 사각도 원도 아닌 세모난 집을 생각해냈다. 제주도 서귀포 대포동에서 바다를 향해 촉수를 내민 듯한 별나고 예쁘고 전위적인 집 '시선재'(示線齋)의 건축은 이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머릿속 삼각형을 구현하는 데는 갖가지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다. 9개월의 설계와 6개월의 공사를 끝내고 올해 1월 30일 입주하면서 건축주들은 서 교수에게 “이젠 삼각김밥도 싫어하시겠네요”하며 웃었다.

세모난 집을 지은 파란만장한 과정은 최근 출간된 책 ‘건축가 서현의 세모난 집짓기’(효형출판)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6일 서울 한양대의 연구실에서 만난 서현 교수는 삼각형 집을 지은 이유를 간단하게 "대지에 넣어보니 그게 맞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네모, 동그란 거, 변이 뒤틀린 거, 더 이상한 거를 다 해봤는데 대지에 잘 안 맞았다. 근데 삼각형을 집어넣으니 딱 맞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서현 교수는 “제주도 바다가 보인다는 말에 낚여 하게 되었다”면서 "국내에서 삼각형 집은 최초라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다를 보여주는 집'이라는 뜻의 삼각형 집 시선재는 전체 건물이 삼각형이고 거실도 삼각형이다. 방들은 사각형이고, 삼각형 건물의 귀퉁이는 발코니가 됐다.

'건축가 서현의 세모난 집 짓기'를 펴낸 서현교수가 6일 오후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시선재는 서현 교수가 제주도에 지은 두번째 건물이다. 서교수는 "바다가 보이는 주택을 설계하는 것은 모든 건축가들의 로망이다. ‘앞이 호수다’ ‘바다다’ ‘설악산이 보인다’ 이러면 ‘어, 이거 내가 해야지’하고 (건축가들은) 다 달려든다"며 당시 이메일을 받고 느낀 흥분을 설명했다.

◇넓은 면이 아닌 모서리에 창문 낸 이유

시선재는 단순히 건물형태가 삼각형이어서 눈길을 끄는 것만은 아니다. 바다를 향해 난 거실 창문의 위치가 넓은 평면이 아닌 두 변이 만나는 모서리인 점도 또 다른 특징이다. 서현 교수는 "수평선을 담는 거라면 삼각형 한 변에 긴 창을 내면 된다. 하지만 수평선을 향해 내달리는 ‘열정’과 ‘갈망’을 보여주고 싶어서 모서리에 창을 냈다"고 설명했다.

"또 모서리가 개방되면 내부와 외부가 훨씬 가까이 연결된 것으로 느껴진다"면서 "바다가 가까이 와 닿은 것처럼 하려면 도형의 모서리에 창을 내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삼각형집 시선재의 거실에서 본 바다ⓒ 박영채
시선재의 최종 모형ⓒ 서현

한번 집을 지으면 수십년, 길게는 수백년까지 사용하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국내 건축물들의 수명은 그다지 길지 않다. 서현 교수는 "그게 건물 자체의 내구성이 약해서가 아니라 건축물의 ‘사회적 내구성’이 길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이었다가 개발되면서 다가구주택이나 상가로 주변이 다 바뀌면 혼자만 주택으로 고고하게 남아있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 교수는 주변상황의 변화에도 시선재가 꿋꿋이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 언젠가는 땅에 매립되어 없어질 것라는 긍정적인 생각에 일단은 보기 흉한 전신주까지 다 보이는 큰 창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시로서의 서울은 비빔밥 같다"

집이 모여서 도시를 만든다. 그렇다면 '미'와 '실용' 두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건축가의 눈에 우리나라의 도시, 특히 서울은 어떤 느낌일까. 서현 교수는 "모든 도시는 그 도시가 속한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사분란한 모습은 평양, 게임의 룰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운데서 누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보여주고 칭찬해주는 도시는 맨해튼"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반면 서울은 게임의 룰 없이 '일단 알아서 생존해보자'는 사회 분위기가 비빔밥같은 도시풍경으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서울에는)역동적이고 침체되고, 화려하고 보기 흉한 건물과 풍경들이 뒤섞여 있다"면서 "하나도 이상할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다. 우리가 그러고 살고 있다"는 말을 웃으며 덧붙였다.

‘아름다운 제주 건축 7선’에 선정된 서현 교수의 ‘해심헌'’ⓒ 박완순
서현 교수가 이상적인 주택의 하나로 구상한 마당이 있는 아파트 인 '스펀지 아파트' 모형ⓒ 서현

서 교수는 지금까지 6~7채의 주택을 포함해 10채의 건물을 지었다. 그 중 자신의 맘에 드는 것은 아직 없다. "소설쓰는 것보다 집 짓기가 스트레스가 더 크다"면서 서교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소설은 자기가 끝까지 책임지면 되는데 건물은 내가 설계하면 공사장 인부들이 짓는다. 내가 직접 짓는 게 아니라 만족하지 못한다."

그가 만들고 싶은 필생의 작품은 "후세가 가치를 인정해주는 건물"이다. "역사의 테스트(내구성)를 다 거치고 (여성에 대한 평가로 빗대면) '예쁘냐' '성격 좋으냐' '몸매 좋으냐' 이런 식의 시시콜콜한 가치평가의 화살도 다 견딘 완벽한 건물을 짓고 싶다"는 서 교수는 그런 완벽한 건물의 예를 미국에서 찾았다.

"미국 뉴햄프셔 엑스터 시의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 도서관이 인간이 만든 현대 건물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건물이다. 가서 보면 다 기절한다. 그런 게 내가 짓고 싶은 건물이다."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 라이브러리ⓒ Rohmer at en.wikipedia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 라이브러리 내부

ungaun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