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이 세계에 통했다…'채식주의자'가 다룬 인간의 폭력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가 중국 옌롄커(閻連科)의 다소 정치적인 작품 '네 개의 책들'(The Four Books)과 경합끝에 16일(현지시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로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중국 작가이자 정부에 의해 여러 권의 책이 금서로 묶인 옌롄커의 작품이 아닌 '폭력'의 문제를 다룬 한강의 작품을 선택했다. 최소한 올해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정치적이고 특수한 소재와 주제보다 보편적 주제를 높이 샀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옌롄커의 '네 개의 책들'은 문화혁명과 공권력의 검열 등을 다루고 있다. 문화혁명 시대의 노동캠프를 시공간적 배경으로, (사상)재교육을 받는 작가와 음악가, 학자, 신학자, 기술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수백만의 지식인들이 탄압받았던 암울한 당시의 정치적 폭압이 현재 중국과 오버랩되며 읽히는 작품이다.
반면 '채식주의자'는 폭력의 다양한 면을 보여줘 상대적으로 좀더 보편적인 주제와 소재라 볼 수 있다. '채식주의자'가 '폭력'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은 그간 여러 중요 매체가 지적해왔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의 서평가 대니얼 한은 지난해 '한 가족의 몰락을 다룬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의 서평에서 '여주인공의 세계에서 발발한 폭력'을 중심으로 '채식주의자'를 분석했다.
어느날 여주인공 영혜는 냉장고에서 고기를 모두 꺼내 던져버리며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이유는 오직 "꿈을 꾸었다"는 것. 영혜가 꾼 꿈은 어둡고 피냄새나는 꿈이었다. 대니얼 한은 "영혜의 아버지가 고기를 먹이려고 (영혜의 입에) 억지로 입에 고기를 넣자 (가족과 사회의) 폭력성이 전면에 드러났다"고 보았다.
3부작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인 '채식주의자'는 각각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부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선언한 영혜와 가족, 2부에서는 영혜의 몸에 탐닉하게 된 형부, 3부에서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괴로워하는 영혜의 언니 인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이 세가지 이야기 모두에서 폭력이 작용한다.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1부는 가부장적 사회의 폭력, 2부는 폭력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폭력일 뿐인 예술을 빙자한 성폭력, 3부는 주인공이 들어간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제도의 폭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아마존 역시 '채식주의자'를 "반항과 터부, 폭력과 에로티시즘 그리고 영혼의 뒤틀어진 변형을 담은 소설"이라고 평하며 '에로티시즘'과 '폭력'을 주요 요소로 꼽았다.
2월 2일자 뉴욕타임스의 ''채식주의자', 한국의 초현실적 소설'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기사 초입부터 '채식주의자'를 '초현실적이고 폭력적인 소설'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한강의 작품이 담고 있는 '폭력'이 결국 어디에 기원하고 있는지를 암시한다.
"1980년 광주사태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폭력적 진압이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한강의 인식으로 내면 깊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연민과 해방의 관점 역시 (한강의 내면에) 형성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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