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가 '에로티시즘' 문학을 하는 이유
[인터뷰]소설집 '나만 좋으면' 펴낸 마광수 연세대 교수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마광수(64) 연세대 국문과 교수처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이도 흔하지 않다.
그림과 시에 뛰어난 데다가 겨우 28세의 나이에 홍익대에서 조교수로 임용되면서 학계의 기대를 받았고 33세에 연세대로 옮긴다. 교수 초기에 시집이나 학문적인 성취를 보여줬던 그의 면모는 자의반 타의반 '에로티시즘의 기수'가 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잊혀졌다.
첫 시집 '광마집'(1980)에는 지식인으로서의 자괴감, 사회 모순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으며, 그의 그림세계는 현재까지도 천진하고 평화롭다. 문학이론서로서는 윤동주와 상징시학, 놀이로서의 예술을 조명했으며 읽히는 작품을 위해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그를 얼마나 아는 걸까.
'가자 장미여관으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즐거운 사라' 같은 작품들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성애문학'에 작가 스스로도 집중하면서 마광수의 다양성은 제대로 피어나지 못했다. 그의 작품 '즐거운 사라'(1992)에 붙여진 '외설적인 문학'이라는 주홍글씨와 구속이라는 사법사상 초유의 사태는 그를 화나게 했다.
이 분노는 다시 에로티시즘에의 천착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문학'의 시추천으로 등단하고 소설 '권태'는 1989년 '문학사상'에 연재되기도 했지만 이 필화사건 이후 그는 비주류로 밀려난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색다른 면모는 최근 출간된 소설집 '나만 좋으면'에 담긴 한시 같은 고즈넉한 시 등에 잘 담겨 있다. 마광수 교수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보기 위해 21일 이촌동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마광수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우선 최근 출간된 책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나만 좋으면'(어문학사)은 어떤 내용인가. 독특한 작품이 있나.
▶이류 대학생이 호빠를 나가면서 생기는 일을 담은 '귀족'과 20대 여자 화자의 프리섹스 이야기인 '나만 좋으면', UFO이야기를 담은 작품 등이 실린 소설집이다. '귀족'은 젊은 남자 주인공이 자수성가는 아예 불가능하고 '조선시대도 아닌데 씨X 지금도 귀족이 있다'고 자각하는 내용을 담은 민중문학적 요소가 담긴 작품이다.
-작품 중에 나오는 한시 풍의 시와 현대시들이 상당히 좋다.
▶내 시 중엔 격조 있고 안 야한 시들도 많다. 격조 있는 것을 못쓰는 게 아니라 안쓸 뿐이다. 2011년 격월간 시잡지인 '유심'에 발표한 '경복궁'이라는 시에는 "왕들의 음탕한 욕정은/산삼, 용봉탕, 살모사, 녹용, 해구신 등/백성들의 피땀을 빨아/정성들여 키운 정력에서 나왔겠지//어린 궁녀들의 아랫도리를 물들이고도/백성들의 피는 넘쳐 흘러/아직도 경복궁 주춧돌 사이로 흘러내린다"고 썼다. 시세계로는 이렇게 야한 시와 일반 시 반반의 비중이다. 하지만 문학 전반에서 점점 관심이 성으로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경복궁은 웹진인 '시인광장'의 2012년 올해의 좋은 시 중 하나로 선정됐다.)
-페미니스트들에게 비판받지는 않는가.
▶웃긴 게 일본 페미니스트들은 내 소설을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환영한다. 하지만 여기선 진보, 보수, 페미니스트들까지 다 욕을 한다. 하지만 내 작품은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있다. 여자 주인공들이 화장을 하고 꾸미는 모습은 나르시시즘의 발로다. 그리고 능동적인 섹스 역시 왜 나쁜가? 나는 "예쁜 애들이 공부도 잘한다"고 했다가 엄청 두드려맞았다. 화장에 시간을 쏟는 만큼 공부에도 부지런하다는 의미의 말인데 페미니스트들이 비난했다.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연세대 안에 '컴투게더'라는 동성애자 동아리가 있다. 처음엔 비인가 동아리였다가 학교가 5년전에 인정해 동아리룸도 배정했다. 기독교 애들이 난리쳤지만. 성전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재미있는 건 남성에서 여성으로는 전환해도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한 예는 드물다. 남성은 용감하고 참아야 하고 군대를 가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꾸며서도 안되고 하는 억압이 너무 많아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에로티시즘에 대한 강조가 너무 지나쳐 독자들을 불편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성욕은 개인차가 심한 것 아닌가.
▶그래서 지명도에 비해서는 내 독자가 적다. 내 스타일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 식대로 쓰는 것이다. 강요하지는 않는다. 안보면 된다. 선택의 자유는 있는 거니까. 다만 에로티시즘이 너무 척박하니까, 게다가 내숭떨고 이중적으로 구는 것이 싫어서 이런 문학을 하고 있는 거다.
-에로틱한 글만 쓰는 게 아니라 평론가이기도 하고 문학연구자이기도 하다.
▶'현대문학'을 통해 평론가로도 데뷔했다. 간간이 평론을 하지만 요즘엔 자주 하지는 않는다. 소통의 기본은 문장이고 쉽게 읽히는 문장이 실제로는 더 쓰기 어려운 것이다. 젊은 작가들의 글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나는 "어려운 글은 심오한 게 아니라 못쓴 글'이라고 믿는다.
-작품 속에 담은 것이 사실 여성들의 로망이 아니라 남성들의 로망인 것 아닌가. 여성들은 사랑이나 연애를 로맨스 소설 형태로 즐긴다.
▶여성 독자를 겨냥해 '청춘'이라는 로맨스 소설도 써봤다. 다양한 신파가 담긴 작품들도 써왔다. 그런데 이거고 저거고 간에 책이 너무 안팔린다. 예전엔 5만부가 기본으로 팔렸는데.
◇마광수의 시와 그림은
마광수는 1977년에 '현대문학'에 '배꼽에', '망나니의 노래', '당세풍의 결혼' 등 6편의 시가 추천돼 등단했다. 또한 그림으로는 '마광수 미술전'(1994년)를 시작으로 10여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마 교수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도록 작품집 '나만 좋으면'에 수록된 시 2편과 그림을 소개한다.
어디 꼭 가야할 곳이 있나 보다//이 산중엔/귀신들 소리마저 아예 슬프니//풀벌레는 방으로 찾아와/밤새워 끼룩끼룩 울음을 운다/흔들리며 깜빡이는 숲 너머 도깨비불 사이로/부질없이 죽음을 내다보는 밤//추적추적 빗소리에 /마음은 벌써 늙는다.(단편 '화혼'에 실린 제목없는 시)
다시 비/비는 내리고/우산을 안쓴 우리는/사랑 속에 흠뻑/젖어 있다//다시 비/비는 내리고/우산을 같이 쓴 우리는/권태 안에 흠뻑/갇혀 있다.//다시 비/비는 내리고/우산을 따로 쓴 우리는/세월 속에 흠뻑/지쳐 있다('다시 비' 전문)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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